자유한국당 내에서 '김세연 후폭풍'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 17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해체와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한 것을 두고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와 지지하는 의견이 한데 뒤엉키면서 심상찮은 '파찰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영남권·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한국당을 "역사의 민폐", "좀비"라고 칭한 데 대해 김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만 김 의원의 불출마를 '충정 어린 불출마'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잖아도 당 쇄신을 놓고 온도 차를 보여왔던 한국당 내부의 분열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뜻이 좋다 하더라도 '좀비' 같은 표현은 너무 과하다"며 "언급 자체가 불쾌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본인은 여의도연구원장을 하면서 뭘 그렇게 잘했나"라며 "자존심이 상했다는 분들이 많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영남권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직을 지키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당을 해체하려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것"이라며 "대표가 (여의도연구원) 이사장이니 경질하고 후임을 임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이 해체되어야 하고 또 소명을 다했다고 '좀비정당'으로 판단한 사람이 이번 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코미디"라며 "본인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김 의원을 압박했다.
곽상도 의원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김 의원의 주장은) 해체 수준의 쇄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면서도 "그렇게 이야기해놓고 여의도연구원장을 하겠다고 하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오후로 예정된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을 공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일부 강도 높은 발언으로 김 의원 발언 자체의 진의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이 일부 과한 것은 있지만 그 인식 자체는 국민의 인식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김세연 의원의 자기희생을 '해당 행위'라고 규정하고 비판하는 순간 국민들은 우리 자유한국당에 사망 선고를 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김 의원은) 고심 끝에 충정 어린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라며 "이 쇄신의 이슈를 이어가야 하는데 황교안 대표의 반응에 굉장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의를 위해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라는 김 의원 주장에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을 공격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김세연 의원의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원장으로 있는 여의도연구원 내부에서도 반발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소장파인 김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서 끌어내리고 당 지도부가 연구원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의 주 업무는 당 전략과 정책 개발이지만, 공천에 주요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여론조사도 수행한다.
김 의원이 전날 "여론조사를 갖고 다른 불미스러운 시도가 있지 않도록, (조사가) 철저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제가 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여연 핵심 관계자는 당 일각의 김 의원의 원장직 사퇴 압박에 대해 "너무나 실망스럽다. 그러한 시도 자체가 국민들에게 또 다른 실망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지난 3월 여의도연구원장직을 맡은 이후 '꼰대 정당' 이미지 탈피를 선언하며 공유 오피스 입주, 청년 프로젝트 개발, 인스타그램 개설 등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데, 김 의원이 물러나면 다시 구태정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내부에서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