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같은 사건은 오늘날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절대 일어날 수도 없습니다."
화성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춘재(56) 씨를 지목하는 데 결정적 실마리가 제공했던 DNA 증거자료를 최근까지 보관한 박창호 경기 오산경찰서장의 말이다.
박 서장은 수사 기조와 기법, 과학수사 능력까지 모든 것이 진화한 오늘날, 화성사건과 같은 연쇄적 비극이 발생할 가능성은 결단코 없다고 확언했다.
그는 "연쇄살인이 발생하기 위해선 용의자가 끝까지 잡히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은 안 잡힐 수가 없다"며 "혈액형조차 간접증거에 불과하고 오직 지문만이 단서이던 그 시절과 비교해 지금은 곳곳에 카메라의 눈이 도사리고 있고 DNA와 디지털 증거 등 수사기법이 다변화해 범인이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임 순경 때 화성사건을 간접적으로 접했다가 사건 발생지 부근 관할 서장이 된 후 다시 현장을 돌아보며 과거 수사를 맡은 선배들의 안타까움을 다시 느꼈다"며 "프로파일러를 통한 심리분석 기법까지 많이 발달한 지금은 그때 밝히지 못한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힐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서장의 이러한 생각은 최근 발간된 그의 저서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폴리스'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은 경찰을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각을 분석하면서, 경찰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일상 용어로 풀어 서술하고 있다.
기존 경찰 관련 서적들이 내부고발 또는 자전적 성격을 띤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독자가 경찰을 이해하는 눈을 키울 수 있게 해 경찰의 잘잘못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끔 하는 데 목적을 뒀다.
박 서장은 "시민이 경찰의 역할을 올바로 알고 이해할 때 경찰에 대한 애정과 통제가 가능하다"며 "경찰이 그간의 오명을 벗고 진정한 시민의 경찰로 태어나려면 경찰 내부의 각성과 함께 경찰 조직에 대한 이해가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해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박 서장은 경찰대(4기)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용 3 대학 형사법 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단국대에서 '경찰개념의 재정립과 경찰권의 배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