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람을 보고 놀라 날아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보고 피해야하는 도심속 비둘기들입니다. 유해동물로 지정된지 10년이 됐고, 정부가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개체수가 어느 정도인지도 아직 모릅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사람이 지나가도 비둘기가 꿈쩍하지 않습니다.
[시민 : 전 혐오해요. 너무 많고. 뭔가 좀 더러운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먹거리를 내놓고 파는 상인들도 울상입니다.
[상인 : 똥을 얼마나 많이 싸는지. 냄새가, 냄새가 말도 못 해.]
개관한 지 1년도 안 된 미술관 벽면과 바닥에 비둘기 배설물 자국이 선명합니다.
수백 마리를 포획도 해보고 올라앉지 못하게 버드스파이크도 설치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골칫거리입니다.
[박지원/국립현대미술관 미술품수장센터 관리팀 : 혹시라도 작품에 배설하면 부식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10월 중에 레이저퇴치기와 전기충격레일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비둘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민원은 지난해 1000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주로 비둘기가 너무 많아서 지나다니기 어렵다거나, 비둘기 배설물 때문에 주변이 더러워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주택가에서는 에어컨 실외기에 아예 둥지를 틀기도 합니다.
[이용준/비둘기 퇴치업체 대표 : (심한 경우) 한 실외기 실에 둥지가 한 네 개까지. 한번 자기 집으로 정하면 계속 오는 거죠.]
환경부는 2009년 집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습니다.
체계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체 수 파악도 안 돼 있습니다.
[환경부 담당 부서 : 계획에는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수립했지만,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하고 비둘기가 주 거주하는 지역하고 크게 차이가 없으니까 딱히 안 했던 것 같습니다.]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조사하는 식인데, 이마저도 계도에 그칩니다.
[서울 A구청 공원녹지과 : 먹이를 주지 말라고 계도하는 것 하나하고, 비둘기 기피제를 드리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게 다입니다.]
도시에서 공존할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혐오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