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태풍이 휩쓸고 간 논에 벼 쓰러짐(도복) 피해와 함께 벼알이 검게 변하는 흑수(黑穗) 현상까지 나타나 벼 재배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벼 도복과 흑수 현상은 수확량이 10~30%까지 감소 돼 피해 농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전남도에 따르면 태풍 '링링'이 지난 뒤 도내 15개 시군의 논 4천600㏊에서 흑수(黑穗)·백수(白穗) 현상이 발생했다.
흑수(黑穗)는 강한 바람으로 벼알이 상처를 받아 태풍이 지난 7∼10일 후 이삭이 검거나 갈색으로 변하는 불량 상태를 이른다.
백수(白穗)는 태풍 내습 1주일 정도 경과 후 벼 이삭이 하얗게 마르는 현상이다.
벼 쓰러짐 현상인 도복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데 반해, 흑수·백수 피해는 태풍 내습 1주일 정도 후 드러난다.
태풍 링링으로 도복 피해를 봤던 논이 6천683㏊에 달했는데, 여기에 흑수·백수 피해를 본 논이 4천600㏊로 집계돼 피해가 가중됐다.
이날 현재까지 집계된 도내 시군별 흑수·백수 피해 면적은 주로 도내 서남권에 집중돼 있다.
해남이 1천231㏊로 피해면적이 가장 넓고, 나주 850㏊·보성 628㏊·신안 518㏊·강진 500㏊·영암 380㏊·장흥 200㏊·영광 151㏊ 등이다.
특히 태풍 타파로 1천㏊의 추가 벼 도복 피해 면적이 발생했고, 태풍 타파가 전남 동부권을 지나간 만큼 흑수·백수 현상이 이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흑수·백수 현상이 나타나면 벼알 품질이 매우 나빠지고 수확량도 10~35% 줄어든다.
도복 피해도 이삭에서 싹이 나는 수발아(穗發芽) 현상 등으로 수확량이 평균 10% 감소한다.
병충해가 아닌 바람으로 인한 상처로 발생하는 만큼 뾰족한 후속 대책이 없어 피해 농가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도복 피해와 흑수 피해를 동시에 입은 나주의 한 농민은 "논만 보고 있으면 속이 타들어 간다"며 "이대로 수확하면 생산량이 작년의 절반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도와 시군 지자체도 대응 수단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정부에 도복·흑수·백수 피해를 본 벼에 대해 별도 수매를 요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정부 지원에서 누락되는 피해 농가가 없도록 정밀조사를 통해 이른 시일 안에 복구지원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