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는 40년 넘게 산 큰 나무들이 많죠. 콘트리트 숲에 생기를 불어 넣어줬던 나무들인데 하나 둘 재건축에 들어가며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되지만 다 옮기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강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재건축이 임박한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입니다.
모두가 떠난 자리를 아름드리 나무만이 지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손꼽히던 벚꽂 명소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재건축 뒤에는 10%정도의 나무만 남게 됩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이 시작된 이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3만 3000여 그루의 나무가 38년간 주민과 함께 했지만 남는 것은 8%정도입니다.
남을 나무는 인근 부지로 옮겨진 뒤 재건축 마무리 단계에 다시 이식됩니다.
나무를 모두 보존하지 못하는 것은 비용 때문입니다.
한 그루 옮겨 심는 데 아무리 싸도 100만 원.
헐값에 내놔도 가져 가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 관계자 : 아까워서 입찰을 한번 붙여봤어요. 사갈 사람들 없느냐 했더니 아무도 안 와요. 옮겨서 심는 게 비용이 더 든다는 거죠.]
강남의 또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는 이식이 확정된 200여 그루 외에 별도로 일부를 보전하는 안을 구청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기존 나무를 모두 살리진 못해도 공원이 들어설 자리에는 나무를 남겨두자는 것입니다.
[이성민/작가 (개포동 '나무산책' 기획자) : 고향의 풍경들이 없어지는 게 너무 아쉽다고 (주민들이) 이야기해주셔서. 동네의 오래된 역사와 품위를 지키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화면제공 : 시청자 송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