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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

입력 2019-09-06 12:57 수정 2019-09-06 14:42

진상대책위 결론…"열악한 노동환경·원치 않는 부서 이동으로 고통"
대놓고 모욕 주기도…경영진 교체·관리자 징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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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대책위 결론…"열악한 노동환경·원치 않는 부서 이동으로 고통"
대놓고 모욕 주기도…경영진 교체·관리자 징계 권고

"서울의료원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

올해 1월 숨진 서울의료원 고(故) 서지윤 간호사가 '태움'으로 불리는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는 6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고 "고인의 사망은 관리자와 조직환경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었다고 분석했다.

고인의 연간 총 근무일이 작년 기준 217일로 동기 19명 평균(212일)보다 많았고, 야간 근무일은 83일로 역시 동기(76일)보다 많았다.

또한 고인이 원치 않는 부서이동과 반복적 면담을 겪었고, 새로 옮긴 간호행정부서에서도 책상, 컴퓨터, 캐비닛 등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급자가 고인을 세워두고 "네가 그리 잘났어"라고 대놓고 모욕을 준 사례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고인은 주변에 스트레스와 고통을 호소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서울의료원의 전반적인 노동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서울의료원 직원 2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법정 연차 휴가 사용일이 2018년 기준 1.6일에 불과했고, 생리휴가는 전무했다. 인사관리 만족도는 48.3점에 불과했다. 또한 간호사 18.8%는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의료원 경영진의 징계 및 교체, 간호 관리자 인사처분과 징계를 권고했다.

또한 서울의료원에 간호사를 대표하는 간호부원장제와 상임감사제를 도입하고 간호사 야간전담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간호사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에는 유가족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례 제정, 시 산하 공공병원 괴롭힘 실태조사 등을 권고했다.

서울의료원 경영 전반 의혹과 진상대책위 활동 방해 대한 조사 및 감사도 요구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오랫동안 근무했던 102병동 파트장의 비협조와 면담 거부로 조사 진행 과정이 약 1.5개월 지체됐고, 간부사원이 102병동 간호사들에게 면접 거부를 종용한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고인 사망 후 직원이 고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인트라망에 접속, 퇴사 처리를 하는 등 공전자기록 위변조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사건 후 2주간 감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없어 조사방식과 판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임상혁 위원장은 "서울의료원 자체가 권력화돼 있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괴롭힘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영진 교체"라고 말했다.

고인의 남동생인 서희철 씨도 "누나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책임자를 확실히 처벌하고, 권고안을 즉각 이행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유족 및 대책위와 면담에서 ▲ 권고안 100% 수용 ▲ 3개월 안에 구체적 이행계획 수립 ▲ 서 간호사 추모비 건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권고안이 빠짐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TF를 구성해 후속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민기 병원장과 경영진 등 관련자들의 사퇴와 권고안 이행 과정에 유족과 시민대책위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 양한웅 공동대표는 "민형사상 책임자를 형사고발하는 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 간호사는 올해 1월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재가 될 때까지 태워 괴롭힌다'는 뜻의 이른바 '태움'이 사망의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의료계 은어다.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시는 3월 12월 서울의료원 노조와 유족이 추천한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간 조사를 벌여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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