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아닌 '기자간담회'가 2일 국회에서 열렸다.
조 후보자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관으로 전격적으로 마련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 앞에 섰다.
여야 이견에 당초 예정된 2∼3일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면서 조 후보자가 직접 대(對)국민 소명에 나선 것이다. 장관급 이상 후보자와 관련해 청문회 대신 기자간담회 형식의 소명 자리가 마련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날 오후 3시 국회 본청 246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조 후보자가 "시간도 주제도 제한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무제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 사회를 봤으나 질문자를 지명하는 정도였고, 조 후보자와 기자들과 직접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조 후보자 딸 논문과 입시 특혜 의혹 및 장학금 문제, 조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가 투자한 사모펀드,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등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감색 정장 차림의 조 후보자는 '여야 의원'이 아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장식으로 각종 의혹을 소명하는 데 주력했다.
차분한 어조로 답하면서도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거나 가족, 특히 딸과 관련한 해명에서는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과분한 기대를 받았음에도 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라며 자세를 낮추면서도 각종 의혹에는 '불법'은 없었음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딸 논문이나 사모펀드 투자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딸이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과 관련, "당시에는 그 과정을 상세히 알지 못했다"며 "당시에는 1저자와 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하거나 책임교수의 재량에 많이 달려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 "저는 물론 처도 사모펀드 구성이든 운영이든 그 과정을 알 수가 없었고 따라서 관여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해명하는 중간중간 직접 준비한 독서대에 관련 자료를 올려놓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조 후보자는 자신의 딸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청년층이 공분하고 있음을 의식한 듯 거듭 유감의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도 '불법은 없었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
조 후보자는 "저희 아이가 당시에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제도를 누릴 기회가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없었을 것"이라며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 후보자는 딸과 관련한 언급을 할 때 감정적으로 동요하기도 했다.
그는 "저희 아이도…"라고 운을 뗀 뒤 감정에 북받쳐 오르는 듯 눈을 감고 수초간 침묵을 이어갔다.
이어 "그 당시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 영어를 잘해서 글로벌 전형에 들어갔다는 것, 물론 글로벌 전형 기회가 없었던 흙수저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그동안 각종 의혹이 쏟아졌는데도 여야 이견에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해 소명 기회가 없었다는 것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3주 동안 저는 입이 없었다"며 "수많은 공격과 비판이 있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그러면서 청문회 준비과정에 겪었던 개인적 고통과 어려움을 피력했다.
조 후보자는 "제 개인적 차원에서는 다 떠나고 싶다"며 "그러나 여기에 있는 이유는 다른 이유 때문이다. 평생을 공적인 인간으로서 해온 것을 마무리해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사법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돈 더 벌겠다고 자리를 탐하겠다는 생각이었으면 여기 와 있지않을 것"이라며 "장관이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 만신창이가 됐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 다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힘 부치면 조용히 물러나겠다"며 "지금 시점에서 거취표명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 시작 약 한 시간 전인 오후 2시 28분 일반 방청객이 출입하는 국회 본청의 1층 후문에 도착했다.
100여명의 기자가 대기한 가운데 백팩을 멘 조 후보자가 모습을 보이자 취재진의 카메라에서 일제히 플래시가 터졌다.
조 후보자는 직접 신분증을 제시하고 받아든 출입증을 가슴에 달았다.
이후 조 후보자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채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조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오늘 불가피하게 언론이 묻고 제가 답하는 것으로 국민께 판단을 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