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한 대형 금융사 임원이 회사 행사에서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일이 있었습니다. 수천명이 있는 자리에서 해당 직원의 부모까지 언급하면서 10분 이상 폭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직원이 회사와 노동청에 갑질을 신고했지만, 아직도 두 사람은 같은 층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결국 직원이 수사를 의뢰했고, 해당 임원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오늘(29일) 탐사플러스 순서입니다.
박준우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뱅크 등 대형 금융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한국금융지주입니다.
이 회사가 주말을 낀 1박 2일 워크숍을 연 것은 지난 6월 1일.
2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올해는 회사 경영진부터 직원까지 38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토요일 저녁 만찬자리.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양모 부사장이 같은 테이블에 앉은 직원 A씨에게 갑자기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 것입니다.
[A씨 : 워크숍에 대해서 강제로 참여하라는 듯하게, 제가 마치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던 사람처럼 생각을 하고 화가 나서…]
욕설은 15분 가까이 이어졌고 급기야 부모까지 언급했다고 주장합니다.
[A씨 : XXXX야, XXX야, 너의 아비 어미가 못 가르쳐가지고 그러냐? 내가 가르쳐주겠다…]
이후 양 부사장은 A씨와 가진 면담에서는 욕설을 한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직원-부사장 대화 : 욕설? 욕설한 적 없어. (거기에 8~9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과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직원-부사장 면담 : (그러면 먼저 사과를 좀 해주세요. 제발 좀.) 연기하나?]
조사에 착수한 회사는 양 부사장에게 경징계인 견책을 내리고, 징계 내용도 사내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A씨는 부사장의 공개 사과와 다른 층으로 이동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회사 감사 담당자 : (공개사과는) 거의 임원한테는 '너 죽어라' 하는 거랑 마찬가지거든. '자살해라.']
결국 A씨는 양 부사장을 모욕죄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A씨 : (고용노동부는) 조사도 없이 회사의 일방적인 페이퍼만 갖고 굳이 출석을 할 필요 없다는 둥 법적으로 해결하라는 둥…]
해당 사건을 수사한 마포경찰서는 지난 22일 양 부사장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양 부사장은 취재진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해당 직원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 편지도 보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경징계는 부사장의 기존 상훈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고, 사내에 징계 내용을 공지하지 않은 것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