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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회' 앞두고 재소환된 30년전 사노맹 사건

입력 2019-08-13 15:48

박노해·백태웅·조국 등 40여명 구속…조 후보자, 앰네스티 양심수 선정
조국, 국보법 폐지 소신 "그 자체로 야만…사상전파만으론 처벌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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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백태웅·조국 등 40여명 구속…조 후보자, 앰네스티 양심수 선정
조국, 국보법 폐지 소신 "그 자체로 야만…사상전파만으론 처벌 안돼"

'조국 청문회' 앞두고 재소환된 30년전 사노맹 사건

'미스터 국가보안법'으로 불린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문제 삼으면서 조 후보자가 연루된 '사노맹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사노맹은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인 1989년 11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백태웅 현(現)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와 박노해 시인 등이 중심이 돼 출범한 조직이다. '사회주의를 내건 노동자계급의 전위 전당 건설과 사회주의 제도로의 사회 변혁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1991년 4월 박노해 시인이 검거된 데 이어 1992년 백태웅 당시 중앙상임위원장 등 40여명 가까운 인물이 잇달아 구속되면서 해체됐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사노맹이 전국의 노조 50여 개와 대학 40여 곳에서 조직원 1천230여명을 뒀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총인원은 300명에 이른다.

백태웅 교수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조 후보자는 사노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에 가입해 반국가적 이적 활동을 한 혐의로 1993년 6월 구속돼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구속 당시 28세였던 조 후보자는 울산대 법대 전임강사였다. 사노맹 관여자로 대학교수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조국 교수 석방과 학문·사상의 자유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석방 촉구 활동을 벌였다. 조 후보자는 국제앰네스티에서 정하는 양심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3년 11월 열린 조 후보자 1심 재판의 재판장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였다. 1심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반국가단체 가입죄 등)으로 조 후보자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다.

1994년 6월 열린 2심에선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줄어든다.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이 국보법상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이적단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는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목적이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한 단체"라며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의 설립목적과 강령, 활동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반국가단체인 사노맹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사노맹을 지원하는 데 주목적이 있지 직접 국가 변란을 일으킬 목적이 없는 만큼 이적단체로 분류돼야 한다"고 밝혔다.

1995년 5월 대법원은 조 후보자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확정한다. 대법원은 조 후보자가 "반국가단체인 사노맹 활동에 동조할 목적으로 남한사회주의과학원에 가입하고, 사노맹이 건설하고자 하는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당의 성격과 임무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촉구하는 내용이 수록된 '우리사상' 제2호를 제작·판매했다"고 밝혔다.

또 "사과원은 단순한 사회주의 이론에 관한 학술·연구단체가 아니라 반제 반독점 민중민주주의혁명을 통한 노동자 계급 주도의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정치적 단체"라며 "(국보법상)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의 소위 이적단체라고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당시 재판장을 맡은 대법관은 노무현 정권 때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었다.

조 후보자는 6개월간 수감됐다가 풀려났으나 박노해 시인, 백태웅 교수는 각각 무기징역과 1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이들은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으며 2008년엔 민주화보상심의위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사노맹에 관여한 은수미 성남시장도 1992년 구속돼 6년간 복역한 뒤 출소했다.

이런 경험을 반영하듯 조 후보자는 꾸준히 국보법 폐지에 목소리를 내왔다. 그의 주장은 사회주의·공산주의 등 특정 사상을 펴는 것만으론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조 후보자는 2010년 출간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 "내란, 간첩, 살인 등을 예비·음모하거나 폭력·방화 등 범죄에 착수한다면 당연히 처벌돼야 한다"며 "문제는 이런 범죄 행위 이전에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고 단체를 조직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처벌돼야 하는가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현재 남북의 체제 경쟁은 이미 승부가 났고 남한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거리에서 주체사상파 인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담긴 홍보물을 나눠 주는 것을 허용한다고 해서 남한 체제가 흔들리고 시민이 주체사상파로 변신한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라고 덧붙인다.

조 후보자는 "우리 사회의 자칭 '보수주의자'들은 1992년 대선 후보 당시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고 '공산주의자라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해치지 않은 사람은 처벌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적'이라는, 반공과 냉전이라는 단세포적 잣대를 사용해 진리와 양심을 재단하는 국가보안법은 그 자체로 야만"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가 사노맹 사건을 들어 조 후보자의 적격성을 정면으로 공격한 가운데 이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황 대표는 "국가 전복을 꿈꿨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나"라며 "사노맹은 무장공비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 달성을 목표로 폭발물을 만들고 무기 탈취 계획을 세우고 자살용 독극물 캡슐까지 만들었던 반국가 조직"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벌써 정상적인 검증 대신 몰이성적 색깔론을 들이대고 있다"며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공안 조서를 작성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용공 조작이 통하는 80년대가 아니다. 국가공권력 피해자를 빨갱이로 낙인찍고 공격하는 시대착오적 구태정치를 퇴출해야 한다"며 "사노맹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 공안당국의 혹독한 고문과 조작 사실이 폭로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에 조 후보자는 "할 말이 많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답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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