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동이 트기 전 새벽 5시에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든 선수들은 다시 어둑어둑 해지는 저녁 8시가 돼서야 결승선에 도달합니다. 226km, 그러니까 서울에서 전주까지의 거리를 헤엄치고, 자전거 타고, 또 달리는 사람들. 끝까지 버텨야 비로소 '철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문상혁 기자입니다.
[기자]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 노란 수영모를 쓴 선수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얼어붙었습니다.
이맘때 노르웨이 바다 물 온도는 섭씨 15도,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도 모자라 4km 정도를 헤엄쳐야 합니다.
육지에 도착했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선수들은 쉴 틈도 없이 자전거를 붙잡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가로지르고, 때로는 산을 넘어 달리고 달립니다.
고통스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그나마 아름다운 풍경이 위로를 전하지만 험난한 관문은 또 찾아옵니다.
180km를 자전거로 달린 뒤에는 두 다리에 온 몸을 맡기고 42km를 더 뛰어야 합니다.
평지를 달리면 좋겠지만 해발 2000m 고도의 산을 올라야 결승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226km, 15시간을 달려야 산 정상에 결승 지점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자연과 마주하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차가운 바다, 깍아지른 산을 올라야 해서 가장 어려운 철인 3종대회로 꼽힙니다.
누가 1등하는가보다 누가 끝까지 버티며 완주하는게 더 중요한 이 대회에서는 때로는 경쟁자들과 서로 돕는 따뜻한 풍경도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