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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재벌총수부터 이산가족까지 미 방문 불편…당일 발표에 혼선

입력 2019-08-06 17:11

방북이력 확인방식 등 의문 잇따라…정부, 명료한 답변없이 "불편 최소화"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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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이력 확인방식 등 의문 잇따라…정부, 명료한 답변없이 "불편 최소화" 반복

방북 재벌총수부터 이산가족까지 미 방문 불편…당일 발표에 혼선

미국이 2011년 3월 이후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불허하겠다는 조치를 시행 당일 발표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부터 북한 방문·체류 이력이 있으면 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한다고 한 달여 전 한국 정부에 알려왔다고 외교부가 6일 밝혔다.

북한 땅을 밟은 적이 있는 한국 민간인은 인터넷 신청을 통해 비교적 편리하게 미국을 방문할 수 있었던 제도를 더는 이용할 수 없고, 정식으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당장 영향을 받는 인원은 최대 3만 7천여 명(지난달 31일까지 방북 승인 기준)에 달할 것으로 파악된다.

상당한 수의 국민이 실질적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조치이지만 갑작스럽게 발표된 탓에 구체적인 시행 방식에 대한 의문점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일단은 미국 정부가 한국인의 방북 이력을 어떻게 확인할지가 관심이다. 통상 제3국을 통하지 않고 남측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방북하는 경우는 '방북증명서'만 받기 때문에 방북 기록이 여권에 남지 않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측이 설명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미국 측은 자발적인 신고, 자율시행제도(honor system)를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사실상 자진 신고가 기본 토대가 될 것을 시사했다.

실제로 이날부터 ESTA 신청을 위한 웹 페이지에는 과거 체류 여부를 묻는 국가 가운데 북한이 새로 포함됐다.

최근 8년 사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사람 중 조만간 미국행을 준비하던 이들은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는 우려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ESTA를 발급받았는데 미국행 비행기 출발 날짜가 8월 5일 이후면 못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유예기간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새 제도의 예외 적용 대상에도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수행을 위해 방북했던 공무원은 이를 증명할 서류를 제시하는 조건으로 ESTA 적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지만, 실제 어떤 경우에 적용이 가능할지는 개별 사례마다 일일이 입증과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지난해 9·19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이후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하는지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예외 적용은) 현재의 지위에 관한 것"이라면서도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예외 적용의 기준은 "방문 목적이 아니라 지위"라고 밝혔는데, 공무 성격의 목적을 띠고 북한에 갔더라도 신분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라면 무비자 입국이 불허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의문이 잇따르지만, 미국 비자발급을 주관하는 주한미국대사관 측과 비자 신청 서비스 콜센터는 관련 문의에 미국에 있는 국토안보부에 직접 문의하라며 명료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련 부처들은 이날 취재진의 쇄도하는 문의에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실제 미국 방문에 불편이 가중된 방북 이력자들에게 피부에 와 닿을 설명이나 안내는 못 하고 있다.

3만7천여명에 달하는 방북 이력자들에게 정부가 이번 상황을 적절히 안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앞으로 방북을 통한 남북 교류 행사나 이산가족 상봉 등에 참여하는 인원들에게 ESTA를 적용받지 못한다고 통보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민 불편 최소화 차원에서 안내해드릴 게 있다면 그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단순 외국 방문과 다른 남북교류의 성격에 대해 정부가 미국 측에 적절한 설명을 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2011년 3월부터의 방북자에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재벌총수 등 수행원에서부터 평양 공연에 참여한 연예인들, 금강산 상봉 행사에 참여했던 이산가족,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전에 공단에서 근무했던 이들 등 다양한 인원이 망라돼 있다.

이처럼 남북 간에는 연계성이 크고, 정부도 정책적 차원에서 남북교류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는 그러한 방향성과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순수 법 집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북한 방문·체류 이력이 있는 한국민이 상용·의료·인도주의적 목적으로 긴급하게 미국을 방문할 필요가 있으면 주한미국대사관에 '긴급예약신청'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긴급예약신청을 하려면 미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거나, 직계가족이 사망했다거나, 미국 정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이라거나 등 자신이 긴급히 미국에 가야 하는 사유를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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