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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편리해진 무인화? 그들에겐 '불편한 악몽'

입력 2019-08-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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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상이 빨라지고 달라지면서 사람 대신 기계가 들어선 자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편리해졌다지만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벽이 되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수원역 바로 앞에 있는 공항버스 정류소입니다.

이렇게 곳곳에 안내문이 붙어있는데요.

모바일 예매를 하지 않으면 탑승이 불가능하다고 적혀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 앱으로 미리 티켓을 구매해야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좌석 예약 시스템입니다.

자리를 지정해서 구매하기 때문에 미리 나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편리해졌다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몰랐어요. 모르고 있다가. 택시 타고 오는데 택시기사님이 그래서 비행기 놓치는 분들 많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간 사람들 통해서 듣고 알았어요. 안 그랬으면 그냥 왔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예매를 안 하고 그냥 왔다고. 그래서 부랴부랴 했다고.]

현장에서는 승차권을 살 수 없습니다.

[여기는 발권기가 없어요.]

스마트폰 앱으로만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곳 정류소에는 이렇게 무인 발권기가 마련이 됐습니다.

현장에서도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현금 사용은 불가능하고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고 적혀있습니다.

[신용카드를 내가 안 가지고 와서 못 했어. (스마트폰 쓰세요?) 응? (스마트폰으로 하세요?) 난 할 줄 몰라서 못 합니다.]

한 대 있는 발권기가 고장이라도 나면 버스를 타지 못할까 불안해집니다.

[유종숙/경기 수원 천천동 : (앱으로 미리 예약 안 하셨어요?) 안 했죠. 정보를 몰랐는데 어떻게 해요? 저 그런 거 할 줄 몰라요.]

[서창대/경기 수원 호매실동 : 저희는 김포공항인데 고장이 나서. 서수원터미널 가니까 거기도 예약제여서 가니까 좌석이 없다고 해서 다시 이쪽으로 왔거든요.]

이미 자리 예약이 끝나면, 빈자리가 있어도 쉽게 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버스기사 : 정류장이 네다섯 개 되잖아요. 티켓 예매하신 분들이 계시니까 여기서 태워 드릴 수가 없는 거죠.]

업체 관계자는 지자체의 요청으로 예정보다 빠르게 기계를 설치했다면서,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업체 관계자 : 이용객 수가 많아져서 손님들이 자꾸 잡아당기니까. 난리도 아니에요, 네가 먼저니 내가 먼저니. 당장 수원시에서 먼저 하라고 해서 일단 급하게 하는 바람에.]

무인발권기와 매표소가 같이 있는 일부 정류소의 경우, 매표소로 향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이용해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못 봤어요.]

[무인이요? 잘 몰라요. 외국인이에요.]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식당가는 이미 무인 주문 기계가 종업원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한 남성이 한참동안 화면을 응시합니다.

이것저것 눌러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4분이 지났지만 기계는 여전히 답이 없습니다.

뒤이은 여성도 결국 다른 손님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물론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이제 나 배워서 해요. 나도 처음에는 많이 못 했어. 그래서 비싼 거 나와 가지고. 나 안 먹는 거 나와 가지고 밀어버렸어 화가 나서.]

하지만 아직 아리송한 노년층이 더 많습니다.

[써 봤는데 하도 복잡해서 그냥 바로 카운터로 간다니까?]

젊은 사람들도 헤매기 일쑤입니다.

[막 버벅거려서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가서 주문하고. 사실은 직접 데스크 가는 게 전 편하긴 해요.]

편리해질 줄 알았던 점원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 키오스크 주문들이 쏟아지고 카운터 주문도 쏟아지고 딜리버리 주문도 쏟아지고.
이럴 땐 인간의 속도를 넘어서기 때문에.]

기술의 변화가 모두에게 반가운 것은 아닙니다.

적응하는 속도에 비해서 바뀌는 속도가 더 빠를 때는 더 그렇습니다.

천천히 갈 수 없다면 서로의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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