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5일부터 시작되는 '지도부 공개검증'을 앞두고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비당권파 성향 혁신위원회가 추진하는 공개검증은 손학규 대표를 포함한 당 주요 인사를 상대로 당의 미래와 비전을 묻는 청문회 성격의 행사다.
손 대표 측 당권파는 공개검증이 손 대표 퇴진 압박 장치에 불과하다고 보고 불참 의사 밝히는 동시에 자체 총선 비전을 담은 '손학규 선언'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비당권파는 손 대표 측을 향해 공개검증에 임하라고 거듭 압박하는 상황이라 총선 준비를 두고 당이 양 갈래로 찢어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4일 혁신위 이기인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7일 공개검증에 참여 의사를 밝힌 당 인사들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5일은 오신환 원내대표와 권은희 최고위원이, 6일에는 김수민·이준석 최고위원이 1시간∼1시간 30분씩 검증에 임한다. 모두 비당권파 인사들이다.
원내대표실에서 진행되는 공개검증에서는 혁신위원 5명이 참가자를 상대로 정치 철학과 당 운영에 대한 생각, 지역구 총선 전략과 당 내홍 해결책 등을 묻는다.
이들의 답변 내용을 당원들에게 가감 없이 공개해 혁신위가 7∼9일 벌이는 여론조사에서 평가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게 혁신위의 구상이다.
그러나 당 재정과 조직을 장악한 당권파 측은 혁신위가 공개검증과 여론조사를 하겠다며 요청한 인력·재정 지원을 거부하며 파열음을 내는 상황이다.
특히 혁신위원장이 사퇴한 혁신위가 이 같은 정치적 행위를 추진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는 '일탈 행위'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대신 손 대표 측은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혁신위 종료일인 15일 전 내년 총선 로드맵과 비전을 담은 '손학규 선언'을 발표해 정면 돌파를 꾀한다.
다당제 정치개혁 신념, 세대교체 중심의 공천 전략 등이 '손학규 선언'에 담길 것이라는 게 당권파들의 전언이다.
한 당권파 의원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는 내용을 못박고, 이에 대해 비당권파 측의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개검증을 하루 앞둔 4일 양 계파는 각자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방을 비난하며 거세게 대립했다.
당권파 측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은 비당권파 수장인 유승민 의원이 '지도부 교체 외의 혁신안은 가치가 없다'며 손 대표 사퇴 안건 상정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비당권파 혁신위원들은 주 전 위원장이 혁신위원들과 대화하는 녹취파일을 언론에 공개했다.
녹취 파일에는 주 전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금 뭐 사실은 완전히 뒤통수를 치는 건데", "늙은 호랑이가 덫에 걸려서 지금 울부짖고 있다", "그 틀에서 풀어줘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혁신위원들은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이 지난 7월 3일 혁신위원들에게 손 대표 사퇴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