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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묵은 과제'로 번진 KBS 양승동 사장의 '불출석'

입력 2019-07-25 17:41 수정 2019-07-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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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BS &#39;시사기획 창&#39;과 관련해 KBS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양승동 KBS 사장이 불출석했다. 중앙일보 임현동 기자>

<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BS '시사기획 창'과 관련해 KBS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양승동 KBS 사장이 불출석했다. 중앙일보 임현동 기자>

 
KBS 양승동 사장의 과방위 불출석이 방송계의 '묵은 과제'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로까지 번졌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란 언뜻 말은 어려워 보이지만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를 어떻게 뽑느냐에 관한 문제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최근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6월 18일 방송)의 청와대 외압 논란과 관련해 KBS 양승동 사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KBS 측은 "특정 프로그램 문제로 국회에 출석한 건 영국 BBC나 일본 NHK 등 전 세계 공영방송사에서도 유례가 없다"며 두 차례에 걸쳐 거부했다. 여야 간사 간 합의된 출석 요구였음에도 KBS 측은 출석 하루 전 문자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청와대 보도 외압 사태가 전 세계 공영 방송사의 유례가 있느냐"(한국당 박대출 의원), "감추려 한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한국당 김성태 의원) 등 반응이 나왔다.

결국 19일 오전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KBS 청문회 개최 ▶8월 KBS 결산 심사(통상 11월에 진행)를 요구하며 동시에 "2년째 논의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개정을 즉시 심사 의결하자"고 제안했다.
 
<19일 한국당 과방위원들이 KBS를 규탄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대출·김성태·최연혜·박성중 의원.[사진 연합뉴스]>

<19일 한국당 과방위원들이 KBS를 규탄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대출·김성태·최연혜·박성중 의원.[사진 연합뉴스]>

 
◇한국 방송계의 해묵은 과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한국 방송계에선 정말 해묵은 과제다. 왜 그런가 하면, 현재 구조는 그 어떤 선한 권력 의지를 가진 정당이더라도(진보든, 보수든)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KBS의 지도 감독 기관인 KBS 이사회는 모두 11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이 중 청와대는 이사장을 포함해 3명, 여당은 4명, 나머지 4명은 야당에서 추천받아 방통위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송법 어디에도 이러한 규정은 없지만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다보니 KBS 이사회는 물리적으로 친여권 인사가 많게 된다.

사장은 여기서 후보자를 뽑아 올리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데 결국 야당에서는 청와대의 입김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정권 교체기 KBS 사장을 두고 매번 반복됐던 정치권 갈등이 그대로 보여준다.  

앞서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2년째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지지부진한 논의의 책임을 현 집권 여당에 전가하려 했지만 사실 이 문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그야말로 '묵은' 과제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2013년에는 박 전 대통령의 당선 뒤 자취를 감췄고, 2016년 여소야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 당시 야당 의원 162명이 방송법 개정안(박홍근 안)을 제출했을 때에도 새누리당은 협조하지 않았다.

'박홍근 안'은 KBS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여야 추천 이사 수를 7대 6으로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장을 임명할 때는 특별 다수제(3분의 2가 동의해야 임명)를 적용했는데, 그 경우 여권 이사가 모두 찬성하더라도 야권 이사 2명이 더 찬성해야 한다. 정치적 색채가 옅은 사람을 사장에 앉혀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화하자는 취지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이번엔 손 볼 수 있을까
'박홍근 안'은 야당 시절 민주당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안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은 '박홍근 안'에 대해 "최선도, 차선도 아니다"며 저어했다.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데 있어 시민들의 참여 방안을 포함하자'는 이유였고 실제 수정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결론을 늦추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들과 만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고, 이후 과방위 여야 간사 모두 "늦어도 2019년 2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하자"며 시한까지 못 박았다. 하지만 과방위 한국당 간사 교체(정용기→김성태)와 한국당 전당대회 등으로 논의 자체가 사실상 중단됐다. 그런데 뜻밖의 KBS 양승동 사장의 '불출석'이 다시 논의에 불을 지피게 된 셈이다.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KBS 양승동 사장 [사진 KBS]>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KBS 양승동 사장 [사진 KBS]>

 
그렇다면, 이번에는 방송계의 이 해묵은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쉽지 않다'는 게 대부분의 관측이다. 한국당이 밀고 있는 '박홍근 안'의 부칙은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KBS 이사회와 사장을 새로 뽑도록 하고 있다. 한국당이 KBS 사장의 불출석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카드'로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 민주당 측 "보복적 성격, 심사 쉽지 않을 것" 
여권의 한 과방위 관계자는 "한국당이 제안한 의도 자체가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KBS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라 법안 심사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차기 누가 집권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야 논의가 활발해지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처럼 한국당 지지율이 정체되고 대통령 지지율은 높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협의가 되겠느냐"며 반문했다.

한국당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비례)은 "최근 KBS 문제의 심각성을 바탕으로 공영방송의 거버넌스 문제와 함께 수신료 분리 징수 법안을 8월 말 법안 소위에서 심사하도록 여야 간사 간 합의를 끌어냈다"며 "향후 협의 내용과 방향은 지금 상황에서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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