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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부터 불공정 관행 고친다…정부가 가이드라인 제시

입력 2019-07-09 15:49

정부, '모범 거래모델' 7개 공기업부터 시범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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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모범 거래모델' 7개 공기업부터 시범 적용

정부가 공공기관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모범 거래모델'(Best Practice Model)을 만들어 보급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7개 공기업부터 이 모델을 자사 실정에 맞춰 적용한 뒤 순차적으로 나머지 지방공기업 등 790개 공기업에 전파해 민간기업까지 낙수효과를 보게 한다는 복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청와대 '공정거래 성과 보고회의'에서 공개한 모범 거래모델은 국민과 협력업체, 민간기업에 대한 공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신상필벌 원칙으로 공정거래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 공기업 책임 회피 불공정 약관은 '퇴출'

모범 거래모델은 공기업이 서비스 이용자인 소비자나 임차인에 대해 자사의 책임을 전부 면제하거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규정과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은 약관 등에서 전부 삭제하도록 했다.

소비자나 임차인에게 과도한 위약금이나 연체료 등을 물리거나 민법상 계약해제·해지권을 제한하는 규정 등도 약관에서 퇴출했다.

예약 취소 시 직접 방문하게 하는 등 이용을 취소·변경하는 절차를 불필요하게 제한하거나 번거롭게 하는 규정도 허용하지 않는다.

공기업이 배상이나 환불 등을 해줄 때는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조건과 같거나 그보다 소비자에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게 했다.

일례로 공연업에서 공연 시작 전 소비자가 입장료를 전액 환불받을 수 있는 기한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공연일 10일 전이지만 모범 거래모델은 3일 전으로 앞당겼다.

숙박업에서 성수기 주말 물량이거나 소비자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이용요금의 80%를 환불받을 수 있는 기간이 사용예정일 7일 전이라면 모범 거래모델은 이를 3일 전으로 당긴다.

공기업의 책임으로 체육시설 이용 계약이 해지될 때 지금은 배상액이 이용료의 10%이지만 앞으론 20%로 확대된다.

이와 함께 공기업이 소비자나 임차인에게 예정에 없거나 추가 부담을 주는 조치를 하려면 사전 협의하게 하고, 소비자 등이 추가 부담을 지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급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모범 거래모델은 배상이나 환불 등 소비자 등의 권익에 직접 영향을 주는 약관은 그들에게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게 하는 등 정보제공도 강화한다.

◇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도 추방

모범 거래모델은 공기업이 자사와 거래하는 협력업체에 충분한 대가를 주지 않거나 각종 위험 부담 등을 떠넘기는 행태를 배격한다.

우선 공기업이 계약금액의 기초가 되는 원가를 산정할 때 시장에서 조사된 여러 가격 중 최저가격이 아닌 평균가격 등을 적용해서 계산하도록 한다.

실제로 이번 약관 개정에 시범적으로 참여하는 수자원공사는 계약금액의 원가 산정을 할 때 최저가격보다는 평균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공기업이 입찰 참가업체의 적격성을 심사할 때 적용하는 내부 기준에서 품질이나 기술력 등에 대한 배점은 최대한 높이고 가격에 관한 배점은 축소하도록 했다.

현재 종합심사낙찰제가 적용되는 토목공사의 경우 공사수행능력과 입찰금액의 배점이 각각 40점과 60점이라면 이 배점을 각 50점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공정위는 제시했다.

이는 단지 낮은 가격으로 투찰하는 업체보다는 품질과 기술력에 강점이 있는 업체가 낙찰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설계변경이나 공사기간 연장 등으로 추가 발생한 비용을 협력업체에 모두 떠넘기거나 공기업이 협력업체에 제공하기로 한 물품의 인도가 지연됐을 때 추가로 든 비용을 협력업체에 넘기는 등의 거래조건도 계약서에서 퇴출당한다.

공기업이 해야 할 행정절차나 민원 해결 등 업무를 협력업체에 넘기거나 천재지변 등 예측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키는 약정도 허용되지 않는다.

사업 수행기간을 정할 때는 준비기간과 사후 정리기간, 휴일 등을 충분히 보장해 주도록 했다.

공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예정에 없던 과업을 추가한 경우 협력업체는 이의를 제기하고 추가비용을 보전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오른다.

공기업은 요청받은 지 10일 내에 협력업체와 협의를 시작해야 하고, 신청일부터 25일 내에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국가계약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등을 거쳐야 한다.

공정위는 산업재해 발생 우려가 큰 작업의 경우 공기업이 가급적 협력업체에 외주를 주지 않고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계약조건이나 계약금액 때문에 협력업체가 안전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조건과 금액의 변경을 요청하거나 추가비용의 보전을 청구할 수 있다.

◇ 공기업 발주 사업에선 공기업이 '와치독' 역할

모범 거래모델은 공기업이 공공사업의 관리자이자 공정경제 실현의 선도자로서 민간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는 책임을 부여한다.

공기업은 개별 협력업체에 일감을 맡기기보다는 가급적 협력업체 모두에 공동으로 일감을 주는 '공동도급' 방식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공기업은 공동도급 적용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자체 업무지침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기업이 협력업체들에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게 하고, 협력업체가 하도급법 등을 위반해 제재를 받으면 추후 협력업체 선정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공기업이 하도급 대금이나 임금이 체불되지 않도록 하도급업체와 노동자에게 대금을 직접 지불하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입찰 담합을 막기 위해 공기업 입찰 참가업체와 입찰가격 등 정보를 공정위 '입찰 담합 징후 분석시스템'에 실시간 연동시키는 방안도 있다.

현재 한국전력 등 12개 공기업 입찰시스템은 이미 공정위 시스템에 연동돼 있다.

공기업이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과 배상액 등을 입찰 서약서나 계약서 등에 명시하고, 담합이 적발된 업체에는 그 배상을 요구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공정거래 실현 위해 신상필벌 시스템 확립

모범 거래모델은 공기업 스스로 공정거래 원칙을 지키도록 신상필벌 시스템을 확립하게 한다.

공정거래 원칙 준수 여부가 각 부서나 임직원의 성과 평가에 반영되고 그에 따라 상과 벌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성과평가 기준에 모범 거래모델 준수 항목을 별도로 신설하거나, 그와 관련된 우수 부서·임직원 평가에 가점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공정거래법이나 약관법 등 공정거래 관련 법령 위반 행위에 연루된 부서나 임직원은 성과등급 강등, 인사평가 감점 등 페널티를 부여한다.

특히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지시한 임원이나 수행한 직원은 징계 대상에 올리도록 했다.

이와 함께 모범 모델은 공공기관 구성원의 공정거래 원칙 준수를 점검하는 자율준수 관리부서를 지정하고 6개월마다 감독 실적을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한다.

공기업이 협력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거래를 자율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자체 감사부서에 '하도급 옴부즈맨'을 두게 하는 내용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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