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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환전소 '문전성시' 옛말…중국 알리페이 확산·일본 경제보복

입력 2019-07-08 10:21

대부분 매장서 중국 간편결제앱 사용 가능…환전수요 크게 줄어
보복조치 여파로 일본인 관광객 감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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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매장서 중국 간편결제앱 사용 가능…환전수요 크게 줄어
보복조치 여파로 일본인 관광객 감소 우려도

명동환전소 '문전성시' 옛말…중국 알리페이 확산·일본 경제보복

지난 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가 2층에 있는 한 환전소. 다른 개인 환전소보다 업장 규모도 크고 상대적으로 환율도 좋아 관광객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지만 고객은 일본인 관광객 2명뿐이었다.

이후 10분간 일본인 관광객 1팀이 더 다녀간 것 외에 고객은 더 오지 않았다.

환전소 사장 임모(45)씨는 "예전에는 계단을 따라 건물 입구까지 줄을 섰는데 지금은 이렇게 텅텅 비어 있다"며 "이 일을 10년 했는데 요즘은 월세 500만원도 감당이 안 돼 올해까지만 하고 문을 닫을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임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그나마도 대부분 알리페이(중국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를 쓰면서 중국인은 1시간에 1팀 올까말까 한 상황"이라며 "일본 관광객이 좀 있는데 일본과 무역 전쟁을 벌인다고 하니 그마저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했다.

◇ 명동 전역서 中 모바일결제 사용 가능…환전소 발길 '뚝'

명동 환전소는 유리한 환율과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그간 호황을 누렸다.

8일 은행과 환전소 환율을 비교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마이뱅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중구 남대문의 한 환전소에서는 1위안을 사려면 169.8원을 내야 하고, 1위안을 팔면 169.6원을 받을 수 있다. 환전소 마진이 1위안에 겨우 0.2원 수준이다.

반면 은행 앱 중 가장 환율이 좋다는 우리은행 위비뱅크에서는 1위안을 사려면 174.08원을 내야 했다. 위안화를 팔 때는 은행 중 SC제일은행이 가장 비싸게 쳐줬는데, 1위안에 165.07원이었다.

환전소 관계자는 "은행들이 앱으로 환전 수수료를 낮췄다고 해도 환전소들이 은행 환율을 참고하면서 장사하기 때문에 은행이 환전소 환율을 이기기 어렵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특히 외화를 팔 때 환전소가 은행보다 크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알리페이, 위챗(Wechat)페이 등 중국 모바일결제 플랫폼이 명동 상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환전소 고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굳이 환전하지 않아도 중국에서 쓰던 알리페이를 그대로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명동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위에퉁(岳童·25)씨는 "방금도 딸기 빙수를 사면서 알리페이로 1만1천원을 결제했다"며 "알리페이를 쓸 수 있는 곳에서는 현금보다 알리페이를 쓴다"고 말했다. 위에씨의 알리페이 앱에는 올리브영이나 세븐일레븐 등 이날 한국 상점에서 결제한 내역이 찍혀 있었다.

알리페이 관계자는 "명동 대부분 상점에서 알리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이라 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훙수'(小紅書)에는 '공항에서 서울 시내에 도착할 여비만 환전하고 나머지는 알리페이를 쓰면 된다', '알리페이의 환전 할인쿠폰을 사용하면 환전하는 것보다 돈을 아낄 수 있다' 등 알리페이와 관련한 여러 조언이 올라와 있다.

명동의 한 의류매장 매니저 이모(27)씨는 "알리페이를 도입한 지 1년 정도 됐다"며 "중국인 고객들이 많이 쓰고 한국을 자주 오가는 중국 보따리상도 많이 쓴다"고 말했다.

다른 매장 직원은 "위챗페이도 알리페이와 비슷한 시기 명동 전역에 깔렸다"며 "위챗페이는 일본인 관광객도 종종 사용한다"고 전했다.

◇ '보복제재' 갈등에 日관광객 감소도 우려…'엎친 데 덮친 격'

이런 가운데 명동 환전소 상인들 사이에서는 지난주부터 일본 엔화 고객마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의 보복성 경제제재에 따른 한일 간 갈등으로 일본인 관광객이나 일본으로 여행하려고 환전하는 한국인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명동의 한 환전소 사장은 "요즘은 중국인보다 일본인 고객이 많은데 이번 주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확 줄어든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환전소는 외교 문제가 생기면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일본인 유학생 아카리(27)씨는 "일본인 중에는 한일 관계가 민감한 때 한국으로 여행 갔다가 일본 사람이라고 하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며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 일본인들이 마음 편히 한국에 놀러 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국내에서 현금을 주로 썼던 일본인 관광객들도 간편결제 앱 등 다른 결제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환전소에는 또 다른 타격이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과거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거의 현금을 썼는데 최근에는 각종 결제 앱이나 신용카드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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