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축구에서 승부차기는 몇 번의 킥으로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서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그런데 우리 고교 축구에서 두 팀이 모두 62번의 킥을 한 정말 잔인한 승부차기가 펼쳐졌습니다. 최종스코어는 29대 28, 승부차기만 50분 넘게 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 용인 태성FC : 청주 대성고|무학기 고교축구 8강전 (지난 9일) >
전후반 90분을 뛰면서 1골도 넣지 못한 경기.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는 두 팀에 벌을 주는 듯 했습니다.
골키퍼까지 11명이 모두 나서도 가려지지 않은 승부.
1번 찬 선수가 2번 차고, 또 3번 찰 때까지 점수는 한 자리에서 두 자릿수로 부지런히 올라가기만 할 뿐 승부는 평행선을 그었습니다.
지친 골키퍼의 기도는 간절해지고, 평점심을 유지해야 할 심판도 몸을 움찔하며 아쉬워합니다.
[축구팬 : 피 말리겠다. 피 말리겠어.]
축구 역사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된 것은 49년 전인 1970년.
그 전까지는 좀처럼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동전을 던져서 또는 재경기를 하고는 했습니다.
잔혹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빨리 승패를 결정할 수 있어 승부차기는 지금까지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길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승부는 두 팀의 31번째 키커에서 갈렸습니다.
[양승민/용인 태성FC 골키퍼 : 평생 연습할 것 다했으니까 다음에 더 잘하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모두 62번의 킥이 쏟아지며 50분 넘게 이어진 승부차기, 최종점수는 29 대 28이었습니다.
[박정주/용인 태성FC 감독 : (순번이) 세 바퀴 도니까 멍하더라고요, 정신이. (선수들에게) 잘했다고 하고 다시는 승부차기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48번까지 간 승부차기가 있었고, 체코에서는 52번까지 찬 승부차기가 화제가 됐는데, 우리 고교 축구의 두 팀은 이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화면제공 : 풋앤볼코리아)
(영상디자인 : 정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