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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증거인멸' 임직원 구속 갈림길…그룹차원 수사도

입력 2019-04-29 19:03 수정 2019-04-29 19:15

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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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자회사 임직원들의 구속여부가 이르면 오늘(29일) 결정됩니다. 이들은 회계 자료나 경영권 승계 작업 관련 자료를 없애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특히 검찰은 이들의 증거인멸에 삼성의 옛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그룹 차원의 수사로도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오늘 발제는 제가 보다 꼼꼼하게 설명을 해드리기 위해서 자리를 바꿔봤습니다. 검찰이 수사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4조 5000억원 규모로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납니다. 여기에다 검찰은 삼바의 분식회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밀접하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먼저 설명해 드릴 것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건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면요, '최반장 주식회사'와 '신반장 주식회사'가 합병을 추진해 '최신반장 주식회사'를 만들려 합니다. 이때 최반장 주식은 1주당 1000원이고 신반장 주식은 1주당 2000원으로 평가된다면 합병한 다음에  최반장이 '최신반장' 주식을 1주를 가져갈 때, 신반장은 2주를 가져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최반장 입장에서는 합병 전 어떻게든 자기 주식 가치를 높여놔야 향후 합병 후에 유리해지겠죠.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0.35. 즉 삼성물산 주식 1주와 제일모직 0.35주의 가치가 같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제일모직 1주가 삼성물산 1주의 약 3배라는 것입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지만 제일모직 지분은 23%을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제일모직 가치가 높을수록 유리하죠. 반대로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저평가 되었다면서 합병을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결국 표대결로 끝에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해 합병은 성사됩니다.

[최치훈/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2015년 7월 17일) : 표결 결과 제1안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 합병에 따라 그 전까지 삼성물산 지분이 없던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삼성물산 지분 16.5%를 확보하게 됩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대주주니까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커지게 되겠죠. 결국 이 모든 것은 합병 전 제일모직 가치가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때 제일모직의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등장합니다. 삼바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 당연히 제일모직 가치도 높아지겠죠. 반대로 삼바의 부채가 많으면 제일모직 가치는 낮아질 것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바이오젠이라는 미국 회사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합니다. 이때 삼바는 에피스 지분 90%를 보유하고 바이오젠에게는 콜옵션을 줍니다. 콜옵션이라는 것은 추후 에피스 가치가 얼마로 커지든 특정 가격에 미국 회사가 지분 절반 정도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당시에 준 것입니다. 따라서 삼바 입장에서 콜옵션은 부채 즉 '빚'이 되는 것인데요.

그러나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전 삼바가 이 콜옵션, 즉 빚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권선물위원회의 지적입니다. 덕분에 제일모직 가치가 높게 평가가 됐고 결과적으로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이득을 봤다는 것입니다. 삼바가 이같은 문제를 감추기 위해 뒤늦게 회계처리 방식을 바꾸는 등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1월 7일)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3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여 2000억 적자를 보던 회사를 무려 1조9000억짜리 흑자회사로 둔갑시켰음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분식회계 수사 후 처음 삼성 임직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오늘 삼성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에 대한 영장심사가 열렸는데요. 이들은 직원들의 컴퓨터에서 합병, JY, 미래전략실과 같은 단어들을 색해 문건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보시면 승계 작업 관련 단어로 보이는데요. 사실상 삼바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걸 의심할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참고로 미전실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해체가 됐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2016년 12월 6일) : 미래전략실에 관해서 정말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으신 것을 제가 느꼈습니다. 저희 회장께서 유지를 해 오신 거라 함부로…조심은 스럽지만 국민 여러분들께나 위원님들께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시면 없애겠습니다.]

[이종구/당시 새누리당 의원 (2016년 12월 6일) : 좋습니다. 하여튼 약속을 지키시기 바라고요. (지키겠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을 지켰죠. 바로 미전실 해체 후 삼성이 만든 것이 사업지원TF입니다. 전자계열사 전략과 인사 업무 등 실무적 지원만 담당한다는 것이 이 회사 측 설명인데요. 검찰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분식회계 관련 자료와 내부보고서 등을 삭제할 때 이 사업지원TF 소속 A 상무가 현장 지휘를 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특히 A상무는 바로 해체 전 미전실 소속이었는데요. 검찰은 사실상 미전실 후신이 관여하는 등 삼바의 분식회계가 단순한 계열사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1일이면 이재용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가 돼 경영 전면에 나선지 정확히 1년이 됩니다. 그동안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십수차례 국내외 공식 일정을 소화했고 대규모 투자, 고용 계획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특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도 참석했죠. 평양 냉면도 먹었고 천지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총수로서의 존재감은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다만 국정농단 사태 관련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한 수사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따라서 판결이나 수사 결과에 따라 자칫 경영권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삼성 '분식회계' 의혹 임직원 첫 구속 갈림길…'그룹 차원' 수사도 본격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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