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인 원폭 피해자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은 2만 3000명 정도이지만, 공식 피해자로 등록된 사람은 400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원폭 투하 74년 만에 이들에 대한 첫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는데요, 암과 희귀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무서운 병보다 더 서러운 것은 정부의 무관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배양진 기자가 직접 만났습니다.
[기자]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에 거주하던 주화자 씨 가족은 가까스로 죽음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불행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폭탄이 떨어진 뒤 태어난 조카는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시들었습니다.
[주화자/당시 5살 : 이모, 저 산소가 다 떨어질 것 같아. 저거 떨어지면 나 죽잖아. 그 이튿날로 애가 새까매서 죽었어.]
조국에 돌아왔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주화자/당시 5살 : 사실 그걸 숨겼어요. 나중까지도. 왜, 나도 결혼해야 하니까…]
정부가 74년 만에 원폭 피해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일반인에 비해 암 유병률이 최대 30배나 됐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건강상태는 여전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원정부/당시 8살 : 직접 상담해 본 사람 별로 없어요. 그러니 무슨 실태조사가 됩니까.]
피해자의 자손은 조사 대상도 아닙니다.
[정정웅/당시 6살 : (원폭 피해 친척의) 손자들이 기형아가 많이 있어요. 귀가 없고, 벙어리고.]
실태 파악이 안되다 보니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기도 어렵습니다.
[박청/당시 4살 : 원폭 피해자가 7만명이라고 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 집계 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일본 자료 응용하는 거지.]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이들의 배상청구권 문제를 방치한 것이 위헌이라고 판정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원정부/당시 8살 : 우리가 외교부 장관을 몇 번 만나자고 해도 한번도 못 만났습니다. 너무 억울하죠.]
(화면제공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