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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용불편한데 BF인증 받으면 뭐하나"…신축건물도 허술

입력 2019-04-20 13:29

장애인권익 지킴이 박종태씨 "인증제도 허점 많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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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익 지킴이 박종태씨 "인증제도 허점 많아 개선 필요"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다른 항목에서 점수를 잘 받으면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는데 BF 인증을 받으면 뭐 합니까?"

장애인권익 지킴이로 활동하는 박종태(61·지체 장애 2급) 씨는 지난달 29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개관한 수원컨벤션센터를 지목하며 BF 인증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BF(Barrier Free·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는 장애인 등의 접근·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편의시설을 설치·관리하고 있는지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로 2008년부터 생겨났다.

이후 2015년 7월부터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축하는 청사, 문화시설 등 공공건물에는 BF 인증이 의무화됐다.

애초 2개였던 인증기관이 현재는 7개(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 한국감정원,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한국환경건축연구원)로 늘었다.

수원시가 건립한 수원컨벤션센터는 한국장애인개발연구원으로부터 2017년 8월 사업계획서, 설계도면 등을 참고해 주어지는 BF예비인증 우수등급을 받았다. 현재 본인증을 받는 절차를 진행중이다.

장애인 등 보행 약자에 대한 장벽을 없앤 BF 예비인증 시설인데도 장애인이 실제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종태씨가 개관 이후인 지난 1일 수원컨벤션센터를 방문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해보니 BF 인증이 무색할 정도로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큰 장벽이 많았다.

지상 1층 주 출입구 출입문은 여닫이 6개가 설치됐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한 터치식 자동문이 한 곳도 없었다.

외부 열린마당 계단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 바닥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았고, 남녀장애인 화장실 세면대의 경우 가로막이 설치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세면대에 접근하는 데 불편을 줬다.

이처럼 장애인 이용에 불편을 주는 시설이 어떻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에서 우수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BF 인증은 내부·위생·안내시설 등 7개 항목에서 평가를 받아 288점 만점에 100점 환산점수가 70점 이상은 일반 등급, 80점 이상은 우수등급, 90점 이상은 최우수등급을 받을 수 있다.

특정항목에서 점수를 적게 받아도 다른 항목에서 배점을 많이 받으면 최종 합산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우수 또는 최우수등급까지도 받을 수 있는 것이 BF 인증제의 맹점이라고 박종태씨는 지적한다.

박씨는 "수원컨벤션센터뿐 아니라 BF 최우수등급을 받은 화성시의 장애인전용 아르딤복지관도 터치식 자동문이 한 곳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문제가 많다"라면서 "터치식 자동문 설치 등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시설의 경우 인증을 받기 위한 의무사항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BF 인증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민원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귀하의 제안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현재 BF 인증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못하고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 또한 인정한다"라면서 "보건복지부는 BF 인증제도 문제점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 중이며, 용역이 완료되면 올 반기에 제도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라고 박씨에게 답했다.

신체지체 2급인 박종태씨는 수원 민자역사 장애인 리프트 설치, 경기도장애인복지관 엘리베이터 설치, 지하철역 등에 설치하는 장애인 승강기의 손잡이 높이 조정 등 28년째 장애인 권익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 전문지 에이블뉴스의 객원기자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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