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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라이브] 박근혜 청와대에 보고된 우리들의 '일상'

입력 2019-04-10 17:31 수정 2019-04-10 18:03

'유병언 검거' 명분으로 한 전방위적 도청
기무사, 위법성 알고 '극복 방안'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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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검거' 명분으로 한 전방위적 도청
기무사, 위법성 알고 '극복 방안'도 준비

# 2014년 7월 3일 저녁 8시 14분 / 용인의 한 놀이터

A (여자) : 김OO 어디?
B (여자아이) : 나 놀이터 있는데?
A (여자) : 그럼 놀이터에 있어라.
B (여자아이) : 알았어요.


여기 한 어머니와 아이의 대화가 있습니다. 특이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입니다. 그런데 이 대화가 기록된 곳은 기무사의 '일일보고' 문건입니다.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왜 '일일보고' 되고 있었던 것일까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였던 당시 명분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였습니다. 유병언 씨의 은신 추정 지역 주변만 감청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아니었습니다. 기무사 문건을 입수해 추적한 박소연·유선의 기자는 전국에서 전방위적인 감청 2만 2천여 건이 이뤄졌다고 지난 8일 소셜라이브에 출연해 밝혔습니다. 실제 음식점에서 이뤄진 주문이나 영화관 예약 내용, 경찰·소방 무전 내용 등이 그대로 기무사에 노출됐습니다.

"그냥 그 일대 무전 좀 살피다가 들렸나보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휴대전화 감청만 해도 영장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특정 인물의 범죄 혐의가 짙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해야 합니다. 영장이 나와도 휴대전화의 기지국 위치와 수·발신 내역 정도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무사는 영장도 없이 간첩 잡는 데 쓰는 이른바 '방탐 장비'를 동원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도청한 것입니다.

기무사도 이러한 감청이 법을 어기는 행위라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무사 문건에 '통신비밀보호법', '대간첩통신업무규정'처럼 정확히 어떤 법에 걸리는 것인지 명시가 돼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위법성에도 감청을 포기할 수는 없었나봅니다. 같은 문서에 따르면 기무사는 위법성을 '극복'하는 방안까지 미리 마련해놓고 전방위적인 도청을 감행했습니다. 더욱이 도청 사실을 감추기 위해 관련 문건도 전부 파기하고 딱 1부만 남겨놓았습니다. 이 같은 기무사의 주도면밀함에 당시 청와대는 "최고의 부대"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러는 새 유병언 씨는 백골 사체로 발견됐습니다. 그나마 내세웠던 명분조차도 달성하지 못한 불법 감청은 결국 기무사의 '흑역사'로만 남게 된 셈입니다. 이 흑역사라도 제대로 털고 가면 좋으련만 국방부는 "기무사 관련 자료는 다 국가기록원에 넘겨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정확한 해명을 피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문건에 따르면 도청을 도운 것으로 보이는 검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부)는 아예 연관 사실을 부인하는 중입니다. 단 1부 남은 문서로 5년 만에 드러난 진실, 아직도 밝혀져야 할 것은 많아 보입니다. JTBC도 '민간인 불법 감청'에 대한 취재를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영상에서는 세월호 참사 직후 있었던 충격적인 '민간인 불법 감청' 내용과 함께 여기에 대한 당시 청와대의 예상치 못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작 :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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