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청와대] 영동지방 뒤덮은 화마…정부 '국가재난사태' 선포

입력 2019-04-05 17:4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어젯(4일)밤부터 오늘까지, 화마가 강원도 영동지방 일대를 휩쓸었습니다. 정부는 오전 9시를 기해 강원 산불에 대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고요.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지정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현재 고성과 속초지역의 '주불'은 잡혔고요, 잔불진화 및 뒷불감시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오늘 신 반장 발제에서는 강원산불 관련 속보와 정부 대응 관련 소식을 함께 살펴봅니다.

[기자]

화마가 강원도 영동지방 일대를 휩쓸었습니다. 거대한 불길이 온 하늘을 뒤덮은 채 붉게 타올랐고, 시야는 온통 불꽃으로 이글거립니다. 산골마을은 물론이고, 아파트와 건물이 늘어선 시내까지 불길이 파고들었고요. 도로 위 버스는 아예 녹아내린 채 앙상한 차체만 남았습니다.

잔인한 4월의 시작을 알린 역대급 산불. 어제 오후 7시 17분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에 있는 '개폐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초엔 '변압기'가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는데, 조사 결과 해당 장소엔 변압기 자체가 없었다고 합니다. 개폐기는 전주에 달린 일종의 차단기로, 한전이 관리하는 시설인데요. 한전은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에서 불꽃이 발생하면서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불은 강풍을 타고 고성 토성 천진 방향과 속초 장사동 방향 두 갈래로 아주 급속하게 확산됐습니다. 특히 관공서와 아파트, 관광 및 숙박시설이 밀집한 속초 도심까지 삽시간에 기세를 키웠는데요. 주민들에게는 한밤 중 대피령이 내려졌고, 시민들의 피난행렬로 도로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박채봉/속초시 산불 피해자 : 무서워가지고 들어왔다 나왔다, 들어왔다 나왔다 했더니 아래 밑에 있는 사람들도 올라와서 '할머니 어떡해요, 어떡해, 이제…' 그래가지고 들어왔더니 방송을 하고 막 난리더라고. 나 혼잔데. 다 나가 따로 살고, 난 나 혼자 살고…]

[김정순/속초시 산불 피해자 : 챙긴 것도 없어. 강아지밖에 챙긴 게 없어요. 잠자는 게 문제예요, 지금? 집이 지금 걱정이니까 바람이 좀 잦아야 되는데, 지금 속초 시민들이 지금 다 걱정이지 뭐. 다 하나같이 지금 내 마음하고 똑같지 뭐.]

산불이 시작된 강원 고성에서는 안타까운 사망자도 발생했습니다. 어제 오후 8시 20분께, 고성군 토성면의 한 도로에서 58살 남성 김모 씨가 연기에 갇혀 숨졌습니다. 현재까지 피해상황을 집계해보면, 사망 1명에 부상 11명, 재산피해는 여의도 면적에 맞먹는 임야 약 250ha와 주택 125채, 창고 6채 등입니다. 통신사 기지국에 문제가 생기면서 한 때 통신이 두절됐고요, 도시가스 차단, 정전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오전 9시를 기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되면 재난 경보를 발령할 수 있고, 공무원을 비상소집하거나 학교 휴업 등이 가능한데요. 피해 정도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선포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0시 20분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첫 긴급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오전 11시쯤 다시 방문해 두번째 긴급 보고를 받았습니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긴급회의 : 지자체와 군병력 등 동원 가능한 인력을 모두 투입하여 진화된 곳, 꺼진 불도 다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순간에 집을 잃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이재민들을 각별하게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검토하는 것도 서둘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조금 전 들어온 속보입니다. 문 대통령 오늘 오후에 강원 산불 현장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최초 발화 지점이 있는 강원 고성군 토성면의 산불 화재상황실, 또 이재민 대피소인 고성군 천진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관련 소식 들어가서 더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날이 밝자 마자 헬기가 총동원 됐고, 가용 인원도 모두 동원돼 현장에 투입됐다"며 "매뉴얼대로 잘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회의 후에는 강원도로 달려가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함께 피해 상황을 살폈습니다. 

[이낙연/국무총리 : 현장에서도 의례적인 보고를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다닐 테니까 각자 현재의 위치에서 할 바를 다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대통령께 '국가재난사태' 선포를 건의드렸습니다.]

정부의 대응은 긴급하고 신속했습니다. 천만 다행히도, 현재 고성과 속초 산불의 큰불은 꺼졌습니다. 주불 진화율 100%로, 이젠 잔불 진화에 돌입했고요. 대부분 헬기는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은 인제와 강릉 옥계로 추가 투입했습니다. 조금전 강릉과 동해의 주불도 잡혔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잔불 정리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이후에는 모두 뒷불 감시체제로 돌입해 다시 발화하는 불을 끌 예정입니다.

주불은 11시간 만에 진화가 완료됐지만, 피해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룻밤 만에 삶의 터전을 앗아가 버린 불. 흡사 폭격을 맞은듯한 잔해가 처참한데요. 망연자실한 채 눈물만 흘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가슴 아프기만 합니다.

[김재진/속초시 산불 피해자 : 11시까지 불을 껐어요, 나는. 우리 직원들 6명 데리고. 불이 저기서 계속 넘어오는 거야. 저쪽 불이 이쪽 앞에 붙길래 여기서 껐고… 물론 나보다 더 절박한 사람이 있겠죠. 난 이게 삶의 전부잖아, 이게. 내가 나이가 56인데 이제 뭘 어떻게 재기를 하겠어.]

이번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삽시간에 번졌던 건 원인, 바로 태풍과 맞먹는 강풍인데요. 봄철 동해안에는 '양간지풍'이라 불리는 아주 빠른 속도의 국지적 바람이 붑니다. 어제 오후 미시령에는 순간 초속이 30m 이상 몰아쳤고, 해안가에도 초속 20m 안팎의 태풍급 강풍이 이어졌습니다. 이 바람이 건조한 대기와 만나면서, 짧은 시간에 불을 확산시킨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무려 89명의 사상자를 내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된 캘리포니아 산불도 비슷한 원인에서 시작됐는데요. 불길이 이 바람을 한번 타면, 진화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미 CNN 보도 (현지시간 지난해 11월 10일) : 바로 여러분이 보시는 이것입니다. 이 화염은 불길에 휩싸인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캠프파이어'는 수많은 주에서 불꽃으로 솟아올랐습니다.]

그러고보니 올해 들어 비가 온 기억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일부지역에 '건조 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한반도가 바싹 말라가고 있는데요. 최근 일어난 산불, 강원 영동 뿐 아니라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 기장군 삼각산 인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신속 대응에 나선만큼, 더이상은 추가 피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영동지방 뒤덮은 '화마'…정부 '국가재난사태' 선포 >

관련기사

강원 산불 '재난사태'…1명 숨지고 '여의도 면적' 잿더미로 "고성·속초 산불 진화율 100%"…당국, 잔불 정리 총력 마을까지 불에 탄 강릉·동해…한옥촌, 앙상한 뼈대만 부산, 운봉산·남대산에서 잇따라 산불…현재 상황은? 강원 산불 '국가재난사태' 선포…특별재난지역도 검토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