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섯 달 전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고 신성일씨가 청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4일) 서울 영화박물관에서 스크린 속 신성일을 불러낸 회고전을 열었습니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동반자였던 배우 엄앵란 씨는 "꿈 같은 이야기였다"면서 추억에 잠겼습니다.
온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영화 맨발의 청춘/김기덕 감독(1964년작) : 보고싶어서, 매일매일 이방에서 (당신을) 기다렸어요.]
영화 속 연인, 엄앵란이 신성일을 하염없이 기다렸던 그 방이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55년 전과 달리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은 이제 볼 수가 없습니다.
[엄앵란/배우 : 내가 여기 앉아봐야지. 아유 어디 갔어. 어디 갔어. 어디 갔어.]
지난해 11월, 눈물 속에 세상을 떠났지만 196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영화의 상징, 시대를 녹였던 '청춘 스타'는 강렬한 눈빛의 20대 청년으로 되살아났습니다.
당시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신성일과 엄앵란은 로맨스빠빠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최초의 스타 콤비로 불리며 58편의 영화를 함께 찍었습니다.
온종일 붙어다닐 수밖에 없던 둘의 영화 속 삶은 결혼과 함께 실제로도 이어졌습니다.
[엄앵란/배우 :저런 남자하고 결혼하면 잘 살겠네. 계산이 빨라서.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영화) '동백 아가씨'는 그때 생각이 나요.]
하얀 가죽 점퍼, 그리고 세련된 코트, 가난했던 시절 부부가 선보였던 독특하고 화려한 옷차림 속에는 패션과 영화라는 새로운 문화가 담겼습니다.
[엄앵란/배우 : 내가 돈 버는 것 전체는 옷 해 입는다고 그랬어요. 다른 사람들은 빌딩 짓고 뭐 했다는데 나는 집을 제일 늦게 샀어.]
남편을 보내고는 한동안 바깥 나들이도 마다했다는 배우는 부부의 영화인생을 오롯이 옮겨놓은 자리에서 한동안 추억에 잠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