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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전대표 영장기각 논란…영장판사 동문 변호인 긴급투입

입력 2019-04-02 16:07

영장심사 전날 고교 2년 선배 변호사 새로 선임
기각사유에 '사고땐 SK 책임' 계약내용 포함…"애경에 불리한 정황"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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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전날 고교 2년 선배 변호사 새로 선임
기각사유에 '사고땐 SK 책임' 계약내용 포함…"애경에 불리한 정황" 반론도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용찬(60) 애경산업 전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직전에 영장전담 판사의 고교 동문을 변호인으로 긴급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검찰 일각에서는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는 순간부터 이미 영장 발부는 크게 기대할 수 없었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해묵은 전관예우 논란과 함께 영장판사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책임계약을 영장 기각 사유로 든 점을 두고도 법조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2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심문 기일과 담당 영장판사가 정해지자 A변호사를 선임했다. A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선임계를 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장을 지낸 A변호사는 올해 2월 정기인사 때 법복을 벗은 'A급' 전관이다.

특히 A변호사가 안 전 대표의 영장 재판을 맡은 송경호 부장판사의 고교 2년 선배라는 점이 눈에 띈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안 전 대표는 물론 함께 청구된 애경산업 임직원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전부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송 부장판사가 영장 재판을 스스로 회피하고 다른 판사가 맡았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사건을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와 별개로 전관예우 근절 차원에서 형사사건에 한해 재판부와 지연·학연 등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되면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재배당하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영장 재판의 경우 전산 배당 대신 같은 방에 근무하는 전담판사들끼리 논의해 나눠 맡는 식으로 배당하기 때문에 사건을 그냥 동료에게 넘기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회피 절차가 일반 형사 재판보다 더 간단하다는 얘기다.

논란은 영장 기각 사유의 타당성으로까지 번졌다.

송 부장판사는 안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로 '피의자 회사와 원료물질공급업체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을 들었다.

애경산업은 2002년 10월 '가습기 메이트' 제조업체인 SK케미칼과 제조물 책임계약을 맺었다.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삼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이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두 회사 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정한 계약을,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로 삼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히려 애경산업이 '가습기 메이트' 원료물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어서 안 전 대표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검찰에 더 유리한 증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영장 기각 사유로 손해배상 계약을 거론한 것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전제로 두고 책임의 경중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제조물 책임계약은 범죄성립 여부를 다투는 단계에서는 애경산업에 불리하지만 이후 양형에서는 유리한 정황"이라며 "피고인의 예상되는 형량에 따라 도주 우려의 정도를 달리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책임계약을 그 근거로 제시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SK케미칼의 형사 책임을 따지게 되면 제조물 책임계약을 어떻게 반영할지 벌써부터 주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달 25일 소환 조사한 김철(59) SK케미칼 사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한 차례 기각된 안 전 대표의 영장도 재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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