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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라이브] "포항서 지진 날 듯" 빗나가길 바랐던 그날의 예상

입력 2019-03-26 16:54

이진한 교수, 지진 당일 오전 수업에서 예상
경주지진 연구 중 포항서 지진 시그널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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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교수, 지진 당일 오전 수업에서 예상
경주지진 연구 중 포항서 지진 시그널 잡아

 "아무래도 포항에서 지진이 날 것 같다"

2017년 11월 15일 오전 고려대 지질학과 수업시간. 강진이 났던 경주가 아닌 포항을 새롭게 지목한 교수님을 보며 학생들은 좀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이진한 교수의 이 예상은 불과 몇 시간 만에 현실이 됐습니다. 오후 2시 29분쯤 실제로 규모 5.4의 강한 지진이 포항을 뒤흔들었습니다. 이 교수는 부산대 김광희 교수와 함께 경주 인근을 조사하던 중 포항에서 오는 지진 시그널을 추적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뉴스룸에 출연한 이 교수는 또 한 번 놀랄만한 주장을 했습니다. 진앙인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가 지진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지열발전소가 땅속 4km 깊이로 구멍 2개를 뚫고 고압으로 물을 넣은 것에 주목했습니다. 자연지진이 아닌 인재일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것입니다. 반면 당시 기상청은 포항지진을 자연지진으로 판단했고 포항에 지열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방송 이후 땅에 물을 넣는다고 어떻게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0일 정부 합동조사단은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열발전소가 물을 강제로 주입해 작은 지진들을 직접 유발했고, 이때 만들어진 파동이 단층에 계속 전달돼 결국 규모 5.4의 큰 지진이 촉발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하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많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바젤에서는 이런 지진 때문에 발전소를 아예 폐쇄했습니다.

조사단 발표를 접한 포항시민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지대 자체가 위험한 '지진 도시'라는 오명을 벗은 것은 다행이지만 스위스 바젤과 달리 위험신호를 알고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지열발전소 측은 2016년 12월 15일부터 22일까지 3600t 가량의 물을 넣자 다음 날인 23일 포항 북구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났다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실험대상이냐"는 포항시민의 분노는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지열발전은 더 이상 해선 안 될까요? 지난 20일 1년여 만에 다시 뉴스룸에 출연한 이 교수는 "얼마든지 (지열발전에 적합한) 안전한 지역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적 지질학 워크숍에서 '포항 레슨' 즉 포항 교훈이 뜨거운 이슈라고 소개하면서 "우리도 포항지진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포항 지열발전소 아래에는 아직 빼내지 못한 물이 6000t 정도 남아있습니다. 이 물을 그냥 둬도 또 함부로 빼내도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른 '포항 레슨'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작 이상훈)

※영상에는 윤두열·박소연·조소희 기자가 이진한 교수의 '지진 예측' 비하인드를 비롯해 포항지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 소셜라이브 하이라이트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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