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한국을 국빈방문한 필리프 벨기에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우호 증진 및 실질협력 강화 방안, 한반도 정세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필리프 국왕의 이번 방한은 벨기에 국왕으로서는 27년 만이며, 문 대통령 취임 후 유럽왕실 인사의 첫 방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벨기에는 다른 언어와 문화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높은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나아가 유럽연합(EU) 통합까지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며 "벨기에의 통합과 안정을 이끄는 국왕님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통합이 힘이다'라는 벨기에의 국가 모토는 평화 통일을 바라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참으로 공감이 가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비롯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에 대해 설명한 뒤 벨기에가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지지를 보내준 것에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여정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 때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데 벨기에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던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평화와 번영의 미래 100년을 함께 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필리프 국왕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이후에도 변함없이 지지하고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프 국왕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역할에 대해서 감사와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필리프 국왕은 또 "벨기에와 한국은 공동의 과제와 공동의 기회를 가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세계화, 기후변화, 디지털화, 인구 고령화 추세 등등 모든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혁신국가라고 할 만큼 강력한 혁신을 하는 나라다. 존경을 표한다"며 "한국의 5G,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기술 등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비공개 회담에서 양국이 1901년 수교한 이래 정치, 교육,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우호 협력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왔음을 공감하면서, 특히 최근 양국 간 교역·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2017년 벨기에 아스트리드 공주가 이끄는 경제 사절단이 방한한 뒤 양국 간 교역액이 17% 증가했다"며 이번 필리프 국왕 방한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당시 아스트리드 공주는 기업 CEO 등 258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동행했고, 이번에 필리프 국왕 역시 250여명에 달하는 수행단이 동행했다고 고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두 정상은 바이오·스마트시티·중소기업·스타트업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고 부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벨기에 측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비공개 회담에서는 양국 국무위원들도 협력강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에서는 올해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상용화될 예정인데, 한국의 잠재력과 벨기에의 기술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했고, 이에 벨기에 드 크렘 행정안전부 장관은 "양국이 미래를 더 발전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크렘 장관은 벨기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라는 점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언급도 했다.
이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벨기에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필리프 국왕을 위한 국빈만찬을 개최하며, 또 이번 방한 기간에 두 정상이 함께 음악회에 참석하는 일정도 소화한다.
고 부대변인은 "필리프 국왕은 한국전에 참전한 벨기에 제3공수대대 낙하산 부대에서 지휘관 및 특수부대 장교로 근무한 인연도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