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화장품에서 악취가 계속 나자 외출할 때 자신의 방에 카메라를 두고 영상을 찍었습니다. 녹화된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의붓어머니가 정체 불명의 액체를 빵과 화장품에 주사기로 넣는 모습이 찍혔던 것입니다.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된 이 여성은 의붓딸 물품에 '변기 세척제'를 넣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최하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8일 저녁 경기도의 한 아파트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16살 A양이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세요.)]
1시간 뒤, 한 여성이 방에 들어와 불을 켭니다.
A양의 의붓어머니 이모 씨입니다.
[어디에 넣으면 좋을까…]
책상 위를 살피던 이 씨가 손에 무언가를 쥔 채 식빵 봉지를 풉니다.
의료용 주사기입니다.
잠시 후 식빵을 제자리에 놓더니 이번엔 화장품을 집어 듭니다.
주사기 속 투명한 액체를 화장품 안에 넣습니다.
A양이 켜놓고 나간 태블릿PC 카메라에 잡힌 장면입니다.
평소 사용하던 화장품과 가글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은 A양이 혹시나 해서 방 안을 촬영한 것입니다.
[A양 : 새엄마한테 얘기했는데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하면서 버리더라고요. 1년 전쯤에도 똑같은 냄새를 맡았었고요.]
4시간가량 녹화된 영상에는 이 씨가 3차례 방을 드나듭니다.
주사기로 빵과 화장품에 액체를 투입한 지 1분 만에 다시 들어와 뭔가를 뿌리고, 약통을 챙겨 나갔다가 다시 놓기도 합니다.
영상을 확인한 A양은 112에 신고하고 곧바로 집을 나왔습니다.
[A양 : 심장도 너무 빨리 뛰고 손, 발, 온몸이 다 떨리고…집을 도망치듯이 뛰어나왔던 것 같아요.]
경찰은 지난 15일 이 씨의 집을 2시간 동안 압수수색해 주사기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습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변기세척제를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A양이 배다른 동생에게 TV리모컨을 빼앗으며 상처를 내자, 혼내주려 변기세척제를 넣었다는 것입니다.
[김경수/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장 조직이나 당연히 1차적으로 손상이 가고, 구토 설사할 수 있고…]
A양은 이 씨로부터 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양 : 화가 나서 저한테 막 달려들면서 얼굴을 이렇게 강타…최대한 받을 수 있는 처벌은 받게 하고 싶어요.]
이 씨와 사는 7년 동안 폭언에 시달렸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A양 : 얘는 가족같이 느껴지지가 않아 그렇게 얘기를 여러 번 했었고…방 안에서 아무한테도 말을 못 하고 혼자 울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씨가 넣은 액체가 무엇인지 빵과 화장품 등 압수물의 성분을 정밀 분석 중입니다.
아동학대 혐의로 이 씨를 입건한 경찰은 A양에 대해 신변보호조치를 취했습니다.
국과수 결과에 따라 이 씨를 신병처리하고, 관련 행동이 상습적이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