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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두 개의 전투' 치러야 하는 황교안의 딜레마

입력 2019-03-01 19:12 수정 2019-03-0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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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랜만에 정치권 소식을 전해드릴 텐데요. 최근 며칠 동안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국내 정치권에서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치렀고, 예상대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대표가 한국당을 새로 이끌게 됐죠. 이제 이틀이 됐습니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와의 투쟁을 강조했던 황 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날을 세우고 있는데요. 오늘(1일) 허 반장 발제에서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홈런! 홈런! 홈런! 홈런~~~!!
오~롯데 이대호~오오~롯데 이대호~
삼진! 삼진! 삼진! 삼진 아웃!!!

야구 감독은 타자를 기용할 때 고민에 빠집니다. 한 방이 있는 장타자를 기용하면 경기를 단번에 뒤집을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삼진을 당하거나 발이 느려서 경기의 흐름을 끊어놓을 수도 있죠. 이런 상황을 흔히 '딜레마'라고 합니다. 이런 딜레마가 스포츠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죠.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황교안 대표 앞에 놓인 과제도 딜레마에 해당합니다.  먼저, 대여 투쟁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한국당 대표로 뽑히자마자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 (지난달 27일) : 승리의 기쁨은 지금 이 자리로 끝내겠습니다. 이 단상을 내려가는 그 순간부터 문재인 정부의 폭정에 맞서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할 것입니다, 여러분!]

그런데 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만 하고 싸우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반대만 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이 붑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전에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가 남북, 북·미 대화의 흐름을 "위장 평화쇼"라고 비판을 했다가 한국당이 참패를 당했습니다. 두 번째로 당내 주도권 투쟁입니다. 황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이제 정치를 시작해 계파가 없다"면서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 (지난달 22일) : 승리의 필수 조건은 대통합입니다. 자유한국당의 깃발 아래 자유 우파를 하나로 모으겠습니다. 청년도 모여들고, 중도층도 끌어들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전대 과정에서 극단화 경향을 보였고, 실제 '5·18'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돼 지도부에 입성했습니다.

[김순례/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지난달 27일) : 여러분! 따라 해주실 거죠~?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정부는 들으십시오~ 공개하십시오~]

김순례 최고위원은 이처럼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당 대표 후보로 경쟁했던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김순례 최고위원과 이종명 의원의 징계 문제가 황 대표 앞에 놓여 있습니다. 징계를 하자니 이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고, 안 하자니 중도층은 등을 돌리고, 황 대표, 머리가 좀 아플 것입니다.

당내 주도권 투쟁의 또 다른 핵심 난제는 친박-비박 계파 문제입니다. 황 대표의 첫 당직 인선부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당의 살림을 이끌고, 내년 총선의 공천 문제까지 관장하게 되는 사무총장에 한선교 의원을 임명하자 당내에서 "친박 인사를 기용했다"는 반발이 나온 것입니다. 어찌 보면, 황 대표 입장에서는 대여 투쟁에 앞서 당내 주도권 투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대표직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또 하나 난제도 있습니다. 황 대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당대당' 통합을 강조했는데, 어제 당사자로부터 면전에서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 (어제) : 정당과 정당 간의 존중을 해주고 예우를 해주는…그래서 황 대표께…무슨 당대당 통합, 이런 얘기 함부로 하지 마세요.]

정치, 역시 어렵습니다.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당 내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꽤 있습니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막말, 욕설이 현장을 뒤덮어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이런 비판을 받았었는데, 개혁 보수의 기치를 내걸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름대로 선전했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전 시장, 한 마디로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 였습니다. 오 전 시장은 전체 득표율에서는 31.1%를 얻어 50%를 얻은 황 대표에게 뒤져 2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50.2%를 기록해 37.7%에 그친 황 대표를 앞섰습니다. 황 대표로서는 아픈 부분이고, 오 전 시장으로서는 위안을 받는 지점입니다.

오 전 시장은 내친김에 내년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하겠다는 뜻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지역구가 생긴 이래로 단 한 번도 한국당이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유일한 지역인 광진을에서 당선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전당대회 행사장에서 열띤 응원전을 펴며 때로는 욕설과 막말도 서슴지 않던 '태극기 부대'의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이들을 등에 업은 김진태 의원이 3위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북·미 대화가 난관에 부딪힌 상황에서 황 대표는 앞으로 제1야당 한국당을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을 것입니다.

오늘 발제는 < '두 개의 전투' 치러야 하는 황교안의 딜레마 > 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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