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톡쏘는 정치 강지영입니다. 설 연휴가 끝나고 대부분이 일상에 복귀한 오늘(7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4일 국립중앙의료원의 윤한덕 중앙응급센터장이 설 연휴 근무 중 돌연사했습니다. 윤한덕 센터장은 응급의료 전용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 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의자에 앉아 쓰러져 있는 윤 센터장을 그의 부인이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평소에도 일이 많으면 자주 연락이 안 됐기 때문에 기다렸다가 월요일이 돼서야 의료원을 찾았다 발견했다고 합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오늘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시한 윤 센터장의 부검 결과,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장사라는 소견을 받았다"며 "이는 1차 검안 소견과 같다"고 밝혔습니다.
윤 센터장은 평소에도 야근이 잦아 야근 침상을 비치해두고 집에도 잘 못들어갔다고 합니다. 특히 명절 때는 업무가 더 많았는데요. 전국 응급실 532곳과 13곳의 병상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소신과 책임감에 평소에도 늦게까지 일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권용진/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 평소에도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강한 분이셔서 늘 밤늦게까지 혼자 일하고 그러셨습니다. 자기 일하다가 아마 그날도 늦게까지 집에 안 가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응급의료 헬기 도입에도 앞장섰던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헬기 착륙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김승희/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10월 24일) : 닥터헬기는 인계점이 아니면 이착륙할 수 없는 건가요?]
[고 윤한덕/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지난해 10월 24일) : 그것은 아닙니다. 긴급 운항을 할 때는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는 거죠, 그렇죠? 지금 현행 그렇게 되어 있죠, 그렇죠?) 네.]
[김승희/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10월 24일) : 그런데 지금 닥터헬기는 인계점이라고 800개를 정해 놓고 그것 이외의 장소에서 요청을 하면 이착륙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죠?]
[고 윤한덕/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지난해 10월 24일) : 네, 현실이… (현실이 그렇죠?)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윤 센터장은 페이스북에 "오늘은 몸이 3개, 머리가 2개였어야 했다. 내일은 몇 개 필요할까?"라고 쓸 정도로 업무량이 많음을 암시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개천절 추석이 이어지면서 연휴가 열흘이 됐을 때는 "연휴가 10일, 응급의료는 그것만으로도 재난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국종 교수는 윤센터장의 비보에,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것 같다"고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그의 책 골든아워에서 윤한덕이라는 챕터를 따로 만들 정도로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국종 교수 저서 '골든아워' 중에서 (음성대역) : 내가 본 윤한덕은 수많은 장애 요소에서 평정심을 잘 유지하여 나아갔고, 관계(官界)에서의 출세에는 무심한 채 응급의료 업무만을 보고 걸어왔다. 그가 보건복지부 내에서 응급의료만을 전담해 일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정부 내에서는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윤한덕은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묵묵히 이끌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설 연휴에도 고인에게는 자신과 가족보다 응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 "사무실 한편에 오도카니 남은 주인 잃은 남루한 간이침대가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라고 추모했습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고요. 고인이 그렇게 애를 썼던 응급의료체계 개선 작업이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또한 더 이상 윤한덕 센터장처럼 과로 누적으로 돌연사하는 일이 없도록 응급의료진들의 근무 환경 문제도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