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회의원과 판사들의 '재판 민원' 거래 의혹을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민주당의 서영교 의원은 자신의 지역사무소 간부의 아들 재판을 잘 봐달라고 판사에게 부탁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서 의원은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요. 그런데 서 의원의 부탁을 받은 국회 파견 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내는 이메일에는 "서 의원이 직접 한 부탁이다" 이렇게 적시돼 있었습니다. 서 의원이 판사를 만난 시점은 선고 사흘전이었습니다.
김나한 기자입니다.
[기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법원에 '재판 민원'을 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의원 측은 "판사를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만났다면 억울하지 않도록 살펴달라는 취지였을 것이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압수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메일에는 서 의원의 구체적인 재판 민원 정황이 들어있었습니다.
임 전 차장의 이메일에 따르면 국회 파견 판사 A 씨는 2018년 5월 18일경 서영교 의원실에서 서의원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지역사무소 간부의 아들이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벌금형으로 봐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A 판사는 "서의원이 요청한 내용은 피고인이 공연음란의 의도는 있었지만 강제추행의 의도는 없었으니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서영교 의원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입니다"라고 민원의 출처를 밝혔습니다.
메일을 받은 임 전 처장은 당시 재판이 이뤄지던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안 남은 선고를 미루고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피고인을 벌금형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검찰이 기소한 강제추행미수 혐의가 아닌 공연음란 혐의로 바꿔야 했는데 그러자면 변론기일이 더 필요했던 것입니다.
임 전 처장의 부탁을 받은 북부지법원장은 재판 담당 판사를 불렀습니다.
"이런 것은 막아줘야 하는데 못 그래서 미안하다"며 피고인이 곧 선고연기를 요청할 테니 가능한지 살펴봐달라고 했습니다.
재판이 미뤄지지는 않았지만 서 의원이 부탁한 피고인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