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확보만 해줘도 살 수 있었는데"
[앵커]
오늘(15일) 뉴스룸의 시작은 어찌 보면 이국종 교수가 준 미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 수 있었던 아이들을 보내야 했던 아버지들의 절규, 어제 뉴스룸에서 들려 드렸습니다. 정부는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서,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지역별로 권역외상센터를 만들었죠. 전국 17군데로 지정된 권역외상센터들은 무너진 응급진료의 최후의 저지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상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불리우는 이국종 교수의 말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국종/교수 (JTBC '뉴스룸' / 지난해 11월 8일) : 집중취재 같은 것으로 해서 한번 들여다보시면, 한 번만 들여다봐주시면 그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한번 그 예산이 어디로 갔는지를 한번 보십시오. 보십시오, 그게 어떻게 됐나.]
그래서 저희 탐사보도팀은 이 교수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 2달 동안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을 낱낱이 취재했습니다. 실상은 이 교수의 말보다 더 참혹했습니다. 사용할 수 없는 수술실에 이름만 올려놓은 의료진, 그리고 정작 중증외상 환자는 거부하는 외상센터.
먼저 황예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이 환자를 소생실로 옮깁니다.
[이국종/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 췌장 파열돼서 서울에 경희대학교 병원에서 내가 헬기 띄우겠다고 했는데 거기서 필요없고 안 띄우겠대. 그냥 환자를 자동차로 보내버리고 있어 지금.]
지난해 말 지인에게 폭행을 당한 석 모 씨입니다.
췌장 파열로 내장기관이 녹아가는 상황.
애초 경희대병원에서 옮기려고 했던 곳은 가까운 의정부성모 권역외상센터였습니다.
[석 모 씨 어머니 : 맞았을 때 터진 거였는데 만 4일 만에 수술이 들어가는 거 아니야. 아휴, 못 산다.]
결국 경희대병원에서 40km 넘게 떨어진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겁니다.
[권준식/아주대병원 외상전문의 : 복막염이 심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수술은 절단되어 있는 췌장 기준으로 3분의 2 정도를 절단하는.]
성모병원 외상센터 측은 다른 환자들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
[의정부성모병원 관계자 : 응급수술이 있기 때문에 돈을 내면 받겠지만 더 가까운데 다른데 알아본다고 그렇게 얘기를 들은 거지.]
외상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부족했다는 겁니다.
이 병원의 권역외상센터 홈페이지입니다.
2017년까지 병원장이었던 전 모 교수가 의료진 명단에 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전 교수의 외래와 수술 건수는 0건.
외상센터 의료진의 최근 6개월 당직표입니다.
다른 교수들의 이름은 여러번 확인되지만 전 교수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권역외상센터 지침에는 의료진이 중증외상환자를 월평균 2명 이상 봐야한다고 나옵니다.
전 교수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연봉만 1억4400만원.
전 교수 측은 취재진에게 "수술에 참여해 조언과 어시스트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천의 중증 외상환자를 책임지는 길병원 권역외상센터입니다.
1층에 수술실 간판이 보입니다.
수술용 침대와 마취기도 있습니다.
정작 수술도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간호사 A씨 : 그 수술실을 만들어놓고 거긴 사용하진 않고, 형식적으로 공간만. 창고로 써요 창고요.]
병원 측은 암센터 3층에 외상수술실이 따로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1층 수술실은 비상시에 사용하는 소수술실이라는 겁니다.
수술실 안 외상환자 전용 엑스레이 촬영기기입니다.
지난해 사용 내역을 살펴보니 5차례 테스트만 기록이 있습니다.
환자가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간호사 A씨 : 운영을 하면 손해 본다는 마인드도 있고요. 거기도 인력을 또 넣어놔야 된다는 거죠.]
길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받으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80억원.
길병원 측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탐사플러스 황예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