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용산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민과 경찰 등, 6명이 숨진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내몰린 주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창문은 깨지고 대문은 굳게 잠겼습니다.
이곳에 살던 월세 세입자 박 씨는 지난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재건축 지역이라 세입자가 보상받을 법적 근거가 없었고 적은 돈으로는 이사할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강제집행을 당한 후 3달간 빈집을 전전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서에는 나이 든 어머니라도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장위 4구역에서도 공장 세입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보상금과 보증금을 모두 합쳐도 공장을 옮겨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생계를 잃은 가장은 설 연휴가 끝난 지 일주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강제수용으로 마을을 떠나거나 재산 피해를 본 사람은 토지 소유자의 가족과 세입자를 포함해 지난 10년간 288만명, 한 해 평균 3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마저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한 추정치일 뿐 전국을 전수조사한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때는 공익성이 검증돼야 하는데 국토부의 공익성 판정을 받은 사업은 지난 5년간 50건에 불과했습니다.
그 사이 비극은 반복됐습니다.
[박씨 어머니/아현2 재건축지역 세입자 : 나의 보물 나의 전부예요, 우리 아들이. 그냥 걔만 살려주면 돼. 이제 다 필요 없어요.]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원주민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강제수용 피해 현황을 전수 조사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업 결정 과정에서 공익성 검증이 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