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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쏘는 정치] 재학생 반발에…모교에 서지 못한 'JP 흉상'

입력 2018-11-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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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톡쏘는 정치 강지영입니다. 다정회 가족 여러분, 몽니라는 말 아시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이라는 뜻으로 돼 있습니다. 사실 이말은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유행시킨 말입니다. 1998년 김 전 총리가 DJP 연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내각제 개헌 약속을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지키지 않으면 어쩌나 이런 우려를 하다가 이 말을 한 것입니다. 그 외에도 '자의반 타의반', '충청도 핫바지' 김 전 총리가 전파시킨 말들이 꽤 많습니다. 지난 2015년 부인이 별세했을 때 빈소를 찾은 수많은 정치인들에게는 이른바 훈수정치를 두기도 했습니다.

[김종필/전 국무총리 (2015년 2월 22일) : 내 일찍이 정치는 '허업'이라 그랬어. '실업'은 실업하는 사람이 열매를 따먹는 것이 실업이고 정치인이 열매를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지. 그 정치인은 먹는 거 하나도 없어. 그래서 내가 '허업'이라고 그랬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 국민을 맹수로 알라고, 어렵다. 그게 맞는 말이지.]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주역으로 꼽힙니다. 독재정권이지만 박정희 정권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에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맺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4일에 충남 공주고등학교에서 그의 흉상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공주고는 김종필 전 총리의 모교로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노제도 지낸 바 있죠. 이날 제막식에는 유족인 딸 김예리 씨와 김 전 총리 빈소에서 상주노릇을 했던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 800여 명이 참석했는데요. 동창회측은 흉상 건립 취지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임재관/공주고등학교 총동문회장 (정치부회의와 통화) : 운정 김종필 선배님의 훌륭한 일들은 모두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조국 근대화와 산업을 이루셨고 3당 합당을 통해 민주화를 한층 더 발전시키신 분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업적에는 누구나 과오가 있기 마련입니다. 잘못된 것만 가지고 일부 단체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제 생각으로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흉상은 제막식이 끝난 뒤에 학교안에 설치되지 못했습니다. 학생과 교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인데요. 학생들은 지난 22일 집회까지 열었습니다. 학교 학생회가 지난 19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31명 가운데 약 93%, 492명이 흉상 설치에 반대했습니다. 학생회측은 학생들 자발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박충만/공주고등학교 학생회장 (정치부회의와 통화) : 국립고등학교에서 정치적으로 찬반이 대립되는 분의, 사람의 흉상을 세우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주역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흉상 건립은) 안 된다는 거죠. 저희는 교장 선생님과 동창회에 저희는 아직 (흉상이) 교내에 들어오는 걸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표시해야 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하지만 동창회측은 2022년 개교 100돌을 맞아 열게 될 학교 역사관에 흉상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주고 조충식 교장도 흉상 건립 추진할 때부터 구성원들과 역사관에 두기로 약속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공주고 구성원들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계속 갈등을 빚을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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