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돌고래와 비슷한 바다 생물 벨루가는 멸종 위기종입니다. 귀여운 생김새로 유명한데, 하루 수백km를 헤엄치고 사냥하면서 지냅니다. 그런데 자기 몸 만한 작은 수족관에 갇혀서 지내는 벨루가들은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최규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손짓에 맞춰 입을 벌리고 몸을 회전합니다.
신기한 아이들은 소리 지르고 벽을 두드립니다.
사육사를 따라 수중 공연하는 벨루가입니다.
공연이 끝나자 구석에서 머리를 박기 시작합니다.
좁은 곳에 갇혀 지내는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조약골/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 지금 이곳은 완전 개방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깊게 잠수해도 자기 모습을 감출 수 없는데…구석에 들어가서 거기 계속 있는 게 대표적인 고래류의 정형 행동입니다.]
깊이 6m 수조에서 몸을 펴면 남는 공간은 거의 없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몸 움직일 곳 없는 독방입니다.
큰돌고래들도 물 속에서 가만히 떠다니기만 합니다.
돌고래쇼 외에 다른 활동은 모두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수족관 관계자 : (큰돌고래의) 등 지느러미 잡고 수영하고, 가슴지느러미 잡고 수영하고. 이건 40분. 다른 건 두 마리 가지고 하는 거예요.]
물 밖에 나와서도 공연과 체험 활동에 동원됩니다.
물 속에 사는 고래류에게는 정상적이지 않은 활동입니다.
수족관 측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서라고 주장합니다.
[수족관 관계자 : 야생에 사는 동물들이 환경오염 때문에 많이 죽는 경우가 있잖아요. 야생에서 처할 수 있는 그런 위험을 저희가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동물권 단체들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하려면 돈벌이가 되는 쇼 대신 다친 동물 구조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조약골/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 지금 현재 한국 수족관들은 최소한의 동물복지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는거죠.]
지난 4년 동안 수족관에 살던 돌고래 7마리가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벨루가 8마리와 돌고래 31마리가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