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종로 고시원은 쓸쓸함이 감돌았습니다. 10년 새 고시원은 3배로 늘어났는데요. 그런데 저희 취재진이 둘러본 고시원은 비상구는 막혀 있고, 완강기는 고장 나 있었습니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추모글 위로 은행잎이 내려앉았습니다.
국화꽃을 스치는 발걸음이 무심합니다.
불이 난 지 사흘째, 고시원 앞은 한산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살아남은 주민들만 고시원에 남은 물건을 날랐습니다.
화재 장소 앞에 선 젊은 연인.
이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박미남·백승훈 :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게 훨씬 더 느껴지네요.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그냥 다 지나가고…저희도 여기인지 정말 몰랐거든요.]
이런 고시원은 전국에 1만 2000여개.
최근 10년 동안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좁은 복도에 다닥다닥 붙은 방은 말 그대로 누울 자리, 그리고 설 자리뿐입니다.
많은 이들이 창문 없는 방을 택하는데…
[고시원 관계자 : 창문 없는 방 25만원짜리. 창문 있는 방은 27만원짜리 있어요.]
창문을 열어도 옆 건물이 막힌 경우도 있습니다.
벽은 잘 타는 재질로 되어 있고.
[고시원 주민 : 나무로 돼 있다니까. 그러니까 불나면 그냥 확 타지. 거기도 그랬을 거야.]
비상구 문은 잠겨 있습니다.
비상구로 나갔더니 계단이 없기도 합니다.
탈출용 완강기는 녹슨 채 부서져 있습니다.
[고시원 주민 : (완강기 쓰는 법 다 아세요?) 모르죠. 우리는 그런 것 신경 안 쓴다니까.]
전국 고시원의 절반인 6000개가 서울에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주부터 고시원을 비롯한 소규모 건축물 안전점검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