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0일) 검찰이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데 대해 항소를 했습니다. 이제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유무죄 판단이 내려지겠군요. 그런데 어제 114쪽에 달하는 안 전 지사 1심 판결문 내용 전문이 공개되면서, 재판이 과연 적절했느냐를 놓고, 공방이 다시 일고 있더군요?
[고석승 반장]
그렇습니다. 결국 한마디로 안희정 전 지사에게는 관대하고 김지은 씨에게는 더 엄격하다라는 것이 1심 판결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가령 안 전 지사에 대해서는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으로 보이지 않고 참모진과 소통하는 태도를 취했다"라고 판단하면서, "위력의 존재감이나 그 지위를 남용하지 않았다"라고 본 것입니다. "~하마" 같은 다소 권위적인 말투를 쓴 적은 있지만 "그때그때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줘요'와 같이 김씨를 존중하는 표현도 종종 사용했다"고 한 것이죠.
[앵커]
그러면 김지은 씨에 대해서는 어떤 부분에서 엄격하게 봤다는 거예요?
[최종혁 반장]
김지은 씨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음"에 너무 큰 비중을 뒀다는 것이 지적입니다. 가령 최초로 간음이 이뤄졌다는 지난해 7월 30일 러시아 출장 당시, 재판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닌데요' 라고 중얼거리며 소극적으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 씨의 주장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는가 하면, 또 담배를 갖다주러 방에 갔다가 간음을 당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담배를 방문 앞에 놓고 문자로 알렸으면 간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김 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대목도 그렇습니다.
[앵커]
판결문을 보면 1심 재판부는 김지은 씨는 적극적으로 관계를 거부하지 않았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논란이되는 부분 중 하나가 전문심리위원들의 제안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죠.
[신혜원 반장]
바로 거기서 등장한 것이 '그루밍'이라는 개념인데요. 쉽게 말해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신뢰를 쌓아 정신적으로 길들여놓은 뒤에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김지은 씨의 경우 그루밍 상태에 놓였을 수 있다는 진단을 한 바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루밍은 미성년자에게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의 경우 단기간에 그루밍이 이를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죠.
[앵커]
정치권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같은 경우는 "여성들에게 은장도라도 들으라는 그런 식의 판결 아니냐?"라면서 비판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