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벽과 싸우는 클라이밍의 김자인 선수는 1년 전에 123층짜리 건물을 맨손으로 올라서 우리를 놀라게 했지요. 20년 동안 수많은 벽을 탔는데, 이제는 아시안게임 최초의 '클라이밍' 벽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도성 기자입니다.
[기자]
신중하게 돌을 고른 뒤,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딥니다.
20년을 쉼없이 올랐지만, 가파른 벽은 여전히 무섭고 아찔합니다.
빠르게, 거침없이 벽을 타는 선수들과 달리 김자인은 차근차근 길을 찾아 벽을 오릅니다.
클라이밍 세 종목 중에서도 제한된 시간에 창조적인 길을 찾아 더 높이 올라야 하는 '리드'가 주종목입니다.
벽을 오르는 낯선 스포츠에 뛰어들어 새 길을 개척한 김자인의 인생도 클라이밍 스타일과 꼭 닮았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었지만 클라이밍에서는 기억할 만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아시아 무대는 물론이고 세계 대회에서도 최초, 최다의 기록을 쌓아 올렸습니다.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받아들였습니다.
너무 높아서, 너무 무서워서 오를 수 없으리라는 건물을 겁없이 올랐습니다.
발만 헛디뎌도 물에 빠지는 한강 위 기울어진 암벽을 거뜬히 통과했고, 지난해에는 555m 높이의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타고 올랐습니다.
그렇게 잘 몰랐던 클라이밍을 알렸습니다.
도전은 새로운 기회도 열어줬습니다.
클라이밍 문화가 확산되면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겁니다.
서른의 나이에 처음 받아든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손가락은 마디마디 불거져 성한 곳이 없지만 김자인은 오르지 못할 벽은 없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