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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사법 농단 실무책임자' 현직 부장판사 압수수색

입력 2018-08-03 18:28 수정 2018-08-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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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오늘(3일) 현직 부장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수사가 시작된 이후 현직판사가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인데요. 법원행정처에 근무 당시 판사 뒷조사 문건 등을 만든 핵심 인물입니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행정처 문건에서 발견된 각종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오늘 최 반장 발제에서는 우선 재판거래 의혹 수사 속보를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법원과 검찰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입니다. 법원이 법원행정처와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자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냐"며 강하게 반발했죠. 법원도 발끈했습니다. 검찰이 불만을 드러내기 전에 영장 발부 요건을 제대로 갖춰서 청구했는지 살펴보라고 한 겁니다. 그러자 검찰도 맞불을 놨는데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참고인에 불과한 외교부에 대한 영장은 왜 발부됐냐는 겁니다. 이렇게 꼬리에 물고 늘어지면 국민들은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소는 누가 키우나"

"대체 수사는 언제 합니까"라는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현직 부장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검찰은 곧바로 김모 부장판사가 있는 창원지법 마산지원으로 가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조실 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판사 뒷조사나 징계여부 검토 등 문건을 작성한 인물입니다. 지난해 2월에는 인사이동 당일 새벽에 법원행정처 사무실을 찾아가 PC에 있던 파일 2만 4500개를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영장이 발부되기는 했지만 법원은 문건 삭제 부분만 적용했는데요. 법관 사찰 혐의 등을 배제한 건 법원이 수사 범위를 한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러한 가운데 법원행정처가 법관 비리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석기 전 의원의 재판을 활용하려 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 중입니다. 2015년 1월 18일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2억 6000만 원을 받은 최민호 판사가 검찰에 긴급체포되고 이틀 뒤 구속됩니다. 현직 판사의 뇌물수수, 구속은 법원으로선 악재였겠죠. 행정처는 그날 '최 판사 관련 대응 방안' 문건을 작성합니다.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이석기 전 의원 선고카드를 꺼냈는데요. "선고를 1월 22일로 앞당겨서 언론 및 사회 일반의 관심을 유도한다"라고 했습니다.

실제 대법원은 1월 19일 브리핑을 열고 22일 선고를 공지했습니다. 당시 기자들이 "최민호 판사 사건을 덮기 위해 선고 일정을 급하게 앞당긴 것 아니냐"고 했지만 대법원 공보관은 두 사건은 관련이 없다며 부정했고 예정대로 선고됐습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 (2015년 1월 22일) :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내란을 선동한 부분은 유죄로 인정되고,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는 점에 관해서는 관여 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대법원이 메가톤급 후폭풍을 예상한 건 헌법재판소와의 관계도 한 이유였습니다. "법원이 2014년 9월 전교조가 신청한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반면 헌재는 2014년 12월 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려 '비교되는 상황'이다"라는 것이 그 문건에 적혀있었는데요. 그러니까 헌재는 정부 성향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은 정부 성향에 어긋나는 판결을 내놔 "청와대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 상황"이라고 분석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헌재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재판을 이용해 청와대의 환심을 사려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1987년 현행 헌법과 함께 탄생한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는 독립된 기관입니다. 의전서열상으로도 헌재소장과 대법원장은 같은 예우를 받죠. 그러나 헌재와 대법원은 권한을 놓고 줄곧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대법원은 3심제 하에서 최고 사법기관이고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등 우위에 있다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다보니 헌재는 이렇게 반발해 왔습니다.

[박한철/전 헌법재판소장 (2016년 3월 18일) : 솔직히 자존심이 상합니다. 이 문제는 사실 이제 헌법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과도 연결이 돼있죠. 대법원장이 소위 국민의 민주적 정당성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면) 그것이 이중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희석됨으로써 과연 권위를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그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반면 헌재는 간통죄부터 최근 대체복무제 등 법률의 위헌여부를 판단하는 만큼 파급력이 상당하고 대통령 탄핵 등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다보니 헌재에서는 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대법원에서는 또 이렇게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죠.

[김능환/전 대법관 (2012년 7월 10일) : 헌법재판소법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법률이 위헌이라고 선언하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논리로, 끊임없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재판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려고 합니다. 이런 마당에 법의 지배나 법치주의는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두 최고 기관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사법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해석도 있죠. 그러나 대법원 문건은 단순히 헌재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법원도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판결을 내놔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만큼 논란이 예상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검찰, 사법농단 실무책임자 현직 부장판사 압수수색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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