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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더위보단 '집 무너질까'…빈곤·폭염에 갇힌 아이들

입력 2018-08-01 22:00 수정 2018-08-02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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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5도가 넘는 방 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가 있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보다 집이 무너질까, 그게 더 무섭다는 아이들입니다. 오늘(1일) 밀착카메라는 빈곤과 폭염에 갇힌 아이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가평의 한 무허가 주택입니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곳인데요.

흙벽이 무너져 임시로 철판 벽을 덧댔고 대문은 기울어져서 잘 닫히지 않습니다.

안쪽에는 슬레이트 지붕과 과거에 외양간으로 쓰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8살 아이는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슬레이트 지붕에서는 석면이 나오고 대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습니다.

아이는 비가 오면 대문이 무너질까 샛길을 통해 집안을 드나듭니다.

집 안 곳곳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고 어두컴컴한 화장실 한 쪽 벽은 곰팡이가 뒤덮었습니다.

[아버지 : 37~8년 살았어요 여기서. 근데 이제 너무 삭아가지고 다 넘어지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마로 집이 무너질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폭염이 닥쳤습니다.

부자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떨어져 나간 문짝이 창문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선풍기 1대가 있지만 방 안 온도는 바깥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날 해질녘 바깥 온도는 36.4도, 안쪽은 35.8도로 1도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는 직장에서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뜨거운 방에서 선풍기에만 의지한 채 혼자 있어야 합니다.

[아이 : (더 바라는 거 없어?) 아니 여기 너무 조금만 더, 여기 조금 더워요. 학교가 더 재미있고요. (방학은 왜 싫어?) 저 혼자 있어요. (하루 종일 뭐해?) TV 보면서 딱지치기해요.]

열악한 환경은 아이의 건강과 안전도 위협합니다.

[아이 : (지붕) 왠지 부서질 거 같고. (곰팡이 있다고 어른들이 걱정하시던데) 근데 왜 곰팡이 때문에 왜 신경 쓰는 거예요? 이불도 그런데.]

이 주택은 정부로부터 주거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무허가 주택인데다가 아버지가 실질적 소유주이기 때문입니다.

관할 지차체는 민간 단체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관할 지자체 : 공공기준은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보고 도와줘야 되는 사례에 해당되는 거죠.]

인근의 또 다른 무허가 주택. 

이곳에는 어머니와 함께 14살, 13살, 8살, 4살 등 4형제까지 다섯 가족이 삽니다.

막내는 장애가 있어 어머니가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지 못합니다.

집 외벽을 구성하는 조립식 판넬은 단열 기능이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겨울과 여름을 반복하며 곳곳이 곰팡이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쪽에 작은 선풍기와 3년 전 단 작은 에어컨에 의지하고 있는데요.

올 여름에는 냉방비가 걱정이라 제대로 틀지도 못합니다.

[어머니 : 방이 많고 적고가 아니고 단열이 좀 됐으면 좋겠어요.]

한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주거 빈곤 상태에 놓인 아동은 전국적으로 94만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정부의 주거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정부 지원 기준이 방 개수나 면적에 초점을 맞췄을 뿐, 냉방과 같은 실질적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영란/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과장 : 너무 추워서 어려운 집뿐만 아니라 너무 더워서 살기 어려운 집도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을 재난 수준이라며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지 사각지대에서 재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빈곤층 주거 환경에 대한 추가 지원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특히 아이들이 사는 집이라면 말입니다.

(인턴기자 : 이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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