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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문건 모두 공개, 그 안에는…

입력 2018-07-31 18:32 수정 2018-07-3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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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던 문건을 오늘(31일) 오후 모두 공개했습니다. 행정처는 "다시는 국민을 위한 재판에 역행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며 공개 배경을 밝혔는데요. 공개된 문건들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변호사단체, 언론 등을 상대로 전방위 대응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 반장 발제에서는 추가로 공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속보를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자처해 결단코 재판에 관여한 바 없다,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거래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문건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 (지난달 1일) : (저한테) 보고되는 양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나 혼자의 머리로 어떻게 다 기억하고 소화할 수 없습니다. 일회성 보고나 중요성 없는 보고는 금방금방 잊어버리고. 모든 것을 사법부의 수장이 다 분명하게 알리라, 그거는 옳은 말은 아니죠.]

그러나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말했습니다. 지식이 모자라는 게 무지가 아니라 "내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무지"라고 말이죠. 그러니까 죄 의식 없이 죄를 짓는 게 아는 것이 없는 것보다 더 큰 죄라고 여긴 겁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법원행정처 문건들이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문건을 보면 보고받은 기억이 날까요. 우선 지난달 행정처는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문건 410건 중 98건만 공개하면서 나머지 문건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안철상/법원행정처장 (6월 5일 / 음성대역)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는 거리가 있는 문서들이어서 공개 범위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이러한 공개 제외 문서 파일에 대해서는 추후 개별 파일별로 문서의 개괄적 취지를 밝혀서 그 이유를 제시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행정처는 비공개 문건 내용의 취지를 설명한 바 없습니다. 오히려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통해 비공개 문건에서 드러난 재판거래 의혹이 더 짙어졌죠. 대한변협이나 민변 등과 관련한 문건들이 그러했습니다.

[하창우/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지난 26일) : 특수3부 검사실에서 본 문건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글이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2일) : 2심 재판을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을 해야 된다는 문건의 내용이 있었는데요.]

이처럼 수사 과정에서 비공개 문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법원 안팎에서는 모든 문건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죠. 행정처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등 떠밀리듯 중복 파일을 제외한 나머지 196개 원문을 모두 공개했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내용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오늘 공개된 문건들은 양승태 대법원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이 다수 확인됐습니다. 여야 법사위원들의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리한 뒤 대응전략과 접촉루트도 만들었습니다. 지역구 현안과 대화 소재도 준비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특히 법사위원장과 법사위 여야 간사를 대법원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가지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공개된 또 다른 문건에는 언론에 대한 전략도 구체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이미 전해드린 바 있듯이 행정처가 대신 작성한 신문 기고문이 공개됐습니다. 또 특정 언론사를 통해 상고법원 홍보전략을 세우고 기획기사를 내보내게 하는 등 상고법원 도입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한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오늘 행정처가 의혹 문건을 모두 공개했지만 사실상 면피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검찰은 대법원이 조사했던 410건과는 별개의 문건에서 또 다른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 기각하는 게 마땅하다는 결론을 담은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또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을 추진하는 협상 도구로 인식한 문건도 발견했는데요. 이들 문건은 대법원 자체 조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대법원의 비협조로 사법정책실, 윤리감사관실 등 컴퓨터는 검찰이 접근조차 못한 만큼 논란이 될 문건이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일 대법원 자체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문건을 발견하고서도 410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고의적인 누락이라는 비판에 휩싸입니다. 그게 아니라 해당 문건 자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면 대법원 조사 자체에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결국 오늘 공개된 문건에서 드러난 재판 거래 의혹과 함께 검찰의 강제 수사 명분은 더 쌓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번번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 법원에 대한 비판은 더 가열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지난달 발언에 대한 추가 입장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 (지난달 1일) : 재판 독립의 원칙을 정말 금과옥조로 삼는 법관으로서 40여 년을 지내온 사람이 어떻게 남의 재판에 관여를 하고, 간섭을 하고 그런 일을 꿈을 꿀 수 있겠습니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꿈이자 숙원사업은 상고법원 도입이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꿈을 짓밟은 건 아닌지 국민들은 되묻고 있습니다.

발제 정리하겠습니다. < 노골적 '재판거래' 의혹… 국회·언론에 '전방위 로비' 정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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