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말, 노르웨이 국적의 입양인이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친부모를 찾아서 5년을 떠돌다 생을 마감한 것이죠. 해외 입양인이 부모를 찾는 것은 거의 우연이라 할 만큼 어렵습니다.
박창규 기자가 입양인의 눈으로 그 현실을 봤습니다.
[기자]
갓난 아이가 발견된 건 목포경찰서 앞이었습니다.
1973년 1월 눈이 많이 오던 밤.
30대 순경이 아이를 구했습니다.
아이는 장애가 있었고, 그 해 8월 스웨덴으로 입양됐습니다.
외출을 준비하는 말린의 표정에 긴장이 묻었습니다.
45년 전 자신을 구해준 순경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말린은 2013년 한국에 처음 왔고 2년 뒤 두번째 방문에서 은인인 순경을 찾았습니다.
[말린/스웨덴 입양아 : 마지막 만났을 때 나를 구했을 당시 상황을 더 기억해내겠다고 했어요.]
3년 만의 만남.
물어볼 말이 많습니다.
다리를 못 쓰지만 잘 웃고 많이 떠드는 아이였습니다.
친구들과 그네 타기를 좋아했고 고양이를 예뻐했습니다.
공무원이 돼 자신 같은 장애인 돕는 일을 해왔습니다.
안정적인 생활이었지만 결핍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었고 자신이 누군지 알고 싶었습니다.
다시 만난 말린과 순경.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곽재준/1973년 당시 순경 : 살이 빨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였어]
친부모 찾을 단서도, 기록도 남은 게 없습니다.
너무 어릴 때였고, 부모 찾는 노력을 채 1년도 안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지난 65년 동안 아동 20만 명을 해외로 보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해외 입양 보낸 국가입니다
빨리 입양 보내는 게 먼저였고 다시 부모를 찾아올 경우는 거의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말린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은 없어진 경찰서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일 정도입니다.
어릴 적 사진을 보고 누군가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전자를 채취하고 정보 공개를 청구해도 친부모가 원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사실상 우연 말고는 부모를 찾을 방법이 없는 겁니다.
[말린/스웨덴 입양아 : 일생 동안 보고 싶었어요. 다시 볼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거 같아요. 정말 보고 싶어요.]
20만 해외입양인 가운데 부모를 찾으려 나서는 사람은 2만 명 정도.
상봉이 이뤄진 경우는 2000명이 채 안됩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