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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앞 테이블서 한 잔하면 '불법'?…한여름 밤의 갈등

입력 2018-07-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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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편의점 앞에 있는 테이블에서 맥주 한잔, 하지만 불법입니다. 밤늦게까지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큰소리를 내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한 주민들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밤 10시 반이 넘은 시각이지만 서울 기온은 29도가 넘습니다.

밤늦게까지 이렇게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편의점 앞에 깔아둔 테이블에서 맥주 한 잔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데서는 저렴하게 그냥 한잔. 호프집에서는 어차피 들어가 보면 안주에다…]

[술집 마감 한 2시 정도 될 거 같은데 편의점은 24시간이니까요.]

사실상 집 앞 편의점 야외 파라솔이 간이 호프집이 된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은 일반음식점이 아닌 휴게음식점으로 음주가 불법입니다.

술 마시는 걸 허용하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허가 취소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혹시 불법인 거 아셨어요?) 아 그래요? 몰랐죠. 저희가 살던 데는 다 이런 게 돼 있어서…]

최근 주택가 일부 편의점에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집안까지 새어들어옵니다.

[주민 :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이제) 이쪽 편에서는 잠을 안 자요. 대화 나누는 정도가 아니에요. 웃음소리하고, 술에 취하니까 목소리 자체가 굉장히 커져요.]

테이블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편의점 주변에서 음식점과 주점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불만을 터트립니다.

편의점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것은 물론, 흡연도 가능해 손님을 계속 뺏긴다는 겁니다.

[음식점 주인 : 똑같은 공장에서 나온 술이 들어오는 가격 자체가 다르니까 경쟁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손님도) 왜 식당에서는 술값을 비싸게 받으십니까. 환장하죠. 가슴 치고…]

일부 편의점들은 도로나 인도에 야외 테이블을 설치해 논란입니다.

도로법 위반은 물론, 보기에도 위험합니다.

이 도로는 일방통행에 이면도로라 차와 행인이 함께 다니는 곳이지만 한편에 테이블을 펼쳐놨습니다.

바로 뒤에 차가 지나다니지만 술에 취해 신경쓰지 못합니다.

불법이지만 지자체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A편의점 업주 : 아직 단속은…]

[B편의점 업주 : 그런 건 없었어요.]

야외 테이블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도 곤욕입니다.

취객이 지나간 테이블 주변에 담배꽁초가 가득합니다.

남기고 간 쓰레기를 치우고 테이블을 이물질을 닦는 등 음식점 종업원과 다를 바 없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취해서 이제 막 난동도 많이 일어나가지고, 손님들이랑 싸우고…]

일부 도넘은 취객들로 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편의점 직원 : 저거 다 불법 아니에요? 성추문도 있고, 짐 놓고 자다가 뭐 들고 가는 경우도 있고 별별 일이 다 있죠.]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불법이지만 매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편의점 점주 :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 앉아도 안 되냐, 자꾸 여기 앉게 좀 해달라 이러니까. 우린 뭐 청소하고 너무 막 그래요.]

한 편의점 본사는 야외 테이블은 휴게를 위해 제공하는 공간으로 손님이 구매한 술을 자율적으로 마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한 잔의 낭만마저 단속해야 하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민폐를 주는 과도한 음주는 사라져야겠습니다.

(인턴기자 :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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