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기도 부천의 초등학교 앞에 특고압선을 더 설치하겠다고 해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해당 구간을 전문가들과 측정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전자파 수치가 한전이 발표한 것보다 수십 배 높게 나왔습니다.
정해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결사반대 특고압! 결사반대 특고압!]
경기도 부천과 인천의 일부 주민들이 한 달 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소영/인천시 삼산동 : 아이들이 전자파에 노출되면 안 되니까.]
한전은 인천 부평구에서 경기 부천시까지 기존 설치된 고압선 외에 345kV 특고압선을 추가로 매설할 예정입니다.
총 2.5km 구간으로 인근엔 학교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주거 지역입니다.
한전 측은 공사를 앞두고 '지하 40~55m 깊이에 고압선을 매설하겠다'는 설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매설 깊이는 8m, 부천시 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부천시청/한국전력 측과 비공개 면담 내용 : 8m 깊이로 345kV 묻는다고 했으면 아마 부천시가 최초에 시작할 때 도로점유허가 절대 협의를 안 해줬을 것.]
말바꾸기 논란이 불거지자 한전은 뒤늦게 부천시청에 공문을 보내 '30m 깊이로 공사할 경우 수 백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국민들로부터 예산 낭비라는 지탄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주민 반발이 커지자 이번에는 8m로 묻어도 '지상으로 방출되는 전자파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홍여/부천시 상동 : 한전은 분명히 저희한테 학교 안에서든 학교 밖에서든 0.1mG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고.]
전문가와 함께 고압선이 이미 매설돼 있는 부천 한 초등학교 인근을 직접 측정해봤습니다.
부천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에 고압선이 묻혀있습니다.
이곳을 직접 측정해보니 한전이 발표한 수치보다 90배가 넘는 9.86mG가 나왔습니다.
이곳에 345kV 특고압선을 추가하게 되면 이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오게 됩니다.
일부 아파트 내부는 수치가 더 높습니다.
인천시 부평구의 한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 앞에는 154kV 고압선이 8m 깊이에 묻혀있습니다.
그런데 방안에서 측정된 전자파는 최대 26mG.
부엌에서 고압선이 가까이 있는 발코니로 갈수록 수치는 높아져 30mG까지 측정됩니다.
땅 속 고압선 논란이 커지자, 한전 측은 서울 일부 지역에는 더 얕은 곳에 고압선이 묻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종갑/한전 사장 : 사실 서울 지역에도 그냥 2.5m 짜리로.]
취재진이 입수한 서울 강남 지역의 지하 고압선 노선입니다.
일부 지역이 부천보다 얕은 2.5m로 묻혀있습니다.
노선도를 따라 전문가와 함께 직접 전자파를 측정해봤습니다.
부천과 마찬가지로 이곳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앞에도 고압선이 묻혀있습니다.
'교육환경보호구역' 표지 앞에서 전자파를 측정해보니 63mG가 나옵니다.
한전 측은 국제 가이드라인인 833mG 이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전 관계자 : 연구 결과들이 일관성 있게 인체에 영향을 준다, 그런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전이 따르는 기준이 단기 노출에 해당된다고 지적합니다.
[홍승철/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 그 기준은 단기 기준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송전선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아요.]
'3~4mG 이상 자기장에 장기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전자파 노출 기준치를 10mG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환경보건학 박사) : 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정책과정을 거치지 않았는지 그런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고.]
한전이 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석현)
(인턴기자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