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법원이 재판 거래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 검찰이 요청한 자료를 이번 주 내 추가로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훼손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도 제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 대한변협 회장에 대한 사찰과 압박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서 이번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국회 로비 정황을 보여주는 보도들이 잇따라 나와서 논란도 빚고 있는데요. 오늘(3일) 최 반장 발제에서는 관련 소식들을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여러모로 대법원이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선 신임 대법관 후보자 3명입니다. 소위 대법관 '스펙'으로 여겨져 온 '서오남'에서 벗어났다는 평가죠. '서오남' 공식을 깬 것은 '노여정'이었습니다.
후보자 3인 3색으로 '노여정' 방정식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김선수 변호사 '노'를 담당합니다. 사실 김 변호사도 '서오남'인데요. 그러나 막강한 변수가 이 공식을 깨버립니다. 바로 판·검사 출신이 아닌 재야 변호사로서 노동과 인권 변론 외길을 걸어왔다는 평가입니다.
두 번째 노정희 법원도서관장, 노여정의 '여'를 맡습니다.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고요. 이화여대 법대를 나온 당연히 여성입니다. 퇴임 대법관 중 여성이 없음에도 여성 후보자를 제청한 것은 여성 비율을 높이겠다는 뜻인데, 문재인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 이번 주는 양성평등 주간입니다. 그대로 임명이 된다면 여성 대법관이 사상 최초로 4명으로 늘게 됩니다. 성평등 문제만큼은 '이 정부에서 확실히 달라졌다'라는 체감을 국민들께 드릴 수 있도록 전 부처가 여가부와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동원 법원장. 50대 남성이기는 하지만 '정'이라는 의미있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1985년 사법고시 합격, 연수원 수료 후 30여 년 동안 각급 법원에서 재판 업무만 담당해 재판 실무에 능통하고 법리에 밝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그러니까 '정통 법관'이라는 것입니다.
판사가 재판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하실텐데 그동안 법원 내에서는 재판이 아닌 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요직을 소위 '엘리트 코스'라 부르면서 대법관 '직행열차'라고 여겼는데요. 정치권과 인맥을 쌓으면서 정무적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대표적입니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약 4년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를 한 뒤,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을 합니다. 그리고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기획조정실장, 그리고 법원행정처 차장에 임명이 됐고, 국회 법사위원들을 자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습니다.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 (2016년 10월 18일) : '대법원에서 또 같은 판결을 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셨지요?]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 (2016년 10월 18일) : 예.]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 (2016년 10월 18일) : 그게 할 수 있는 얘기입니까?]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 (2016년 10월 18일) : 지금 변경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취지로 말씀을 올렸습니다.]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 (2016년 10월 18일) : 높을지 않을지 어떻게 아십니까? 대법관이세요?]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 (2016년 10월 18일) : 아니, 불가…]
법원 내에서는 "임 전 차장이 대법관으로 가는 것은 이변이 없는 한 당연한 코스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이 이변이 생겼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직무배제의 지시를 내렸고요. 지난해 3월 법복을 벗었습니다.
법원행정처 이력은 퇴임 후에도 막강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에서 물러나 임 전 처장의 변호사 등록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었는데요. 대한변호사협회도 한 차례 보류한 뒤 허가를 했었습니다. 당시 임 전 처장이 대한변협 고위 임원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 (음성대역 / 출처 : 연합뉴스) : 등록 신청을 신속하게 처리해주시면 6월 임시국회부터 변호사로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차장으로 그동안 쌓은 인맥과 입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입법지원 활동을 하겠습니다.]
당시 국회에서는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주던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심사 중이었는데요. 그러니까 변호사 입장에서는 입법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상황이겠죠. 임 전 차장은 또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 (음성대역 / 출처 : 연합뉴스) :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 의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변호사로 등록된 후 입법자문위원 등 비공식 직함을 주면 변협의 입법전략회의에도 참석해 대국회활동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여 변협의 위상 강화와 변호사의 권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비공식 직함, 이 청탁의 영향이었을까요? 변협은 임 전 차장을 정책고문으로 임명을 했습니다. 당시 김현 현 회장, "법원행정처 경험이 많아 재판제도와 사법정책에 대한 자문을 부탁했다"라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김현 회장이 임종헌 전 차장과 함께 법조인 출신인 민주당 전해철, 그리고 또 다른 사진에서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 등과 만나서 현안에 대해 논의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변협 회원들의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정책고문 임명을 철회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또 국회의원을 통해 변호사 등록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가 됐습니다. 변협 회의에 참석한 고위 임원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에 따르면요, 국회의원들이 임 전 차장의 변호사 등록을 거들었다고 합니다. 한 임원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내가 만나고 싶었던 A, B 의원이 안 만나주다가 임 전 차장이 부탁을 하니까 단번에 면담이 실현이 됐다"면서 "임 전 차장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C의원한테서 계속 전화가 오고, 또 D의원한테서도 오고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말을 합니다.
이러한 정황이 재판거래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지라도, 임 전 차장이 퇴임 후에도 국회의원들과 변협 임원들을 움직일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정황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요. 결국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변협을 압박한 정황이 담긴 문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법원이 갖은 방식으로 권한을 남용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해보겠습니다. < 임종헌, 국회 로비력 과시하며 변호사 등록 청탁 의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