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헬조선, N포 세대, 흙수저…요즘 젊은이들이 자조처럼 하는 말들이죠. 최악의 취업난 속에 지친 청년들은 실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삶의 마지막을 보고 힘을 다시 내려고 영정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김민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왜 20·30대 청춘들이 영정사진을 찍기 시작했을까]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얼굴입니다.
영정 사진을 남기기 위해 온 자리.
마지막 말을 종이에 적고 카메라 앞에 앉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가족입니다.
[김지훈/30대 : 엄마 아빠죠. 엄마 아빠…]
고된 학업과 취업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잊고 살았습니다.
영정 사진을 찍으러 오고서야 그동안 미안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홍희라/20대 : 너무 고맙고, 내가 그만큼 못해줘서 미안해.]
치솟는 물가와 집값, 그리고 취업난. 20~30대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잃은 지 오래입니다.
청년들은 일찍 지쳤고 꿈, 열정, 연애 등 많은 것을 쉽게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비관하고 분노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힘을 내려는 청년들이 영정 사진 찍기를 시작했습니다.
삶의 마지막과 마주한 뒤 살아갈 힘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홍희라/20대 : 정말 나 열심히 살았다, 고생했다.]
[김지훈/30대 : 열심히 산 거 안다. 열심히 살았던 거 알아.]
영정 사진을 찍으면서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앞선 세대의 아픔도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유이/20대 : 아빠다 보니까 너무 다 짊어지고 있는 느낌이잖아요. 사실은 그게 아니었는데.]
힘들고 팍팍한 삶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 다짐합니다.
[김지훈/30대 : 너무 일어나지 않은 일 가지고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라.]
(영상디자인 : 이지원·이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