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운드에 선 투수들은 모든 힘을 쏟아내서 가장 빠른 공을 뿌리려 합니다. 빠른 공에 타자들은 헛방망이질을 하고는 하죠. 그런데 느린 공을 무기로 상대 혼을 쏙 빼는 독특한 투수들이 있습니다.
온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시속 100km의 아주 느린 커브.
이 공 때문에 바로 뒤에 날아오는 시속 128km 직구는 그 어떤 강속구보다 빨라 보입니다.
두산 유희관은 느린 공만 던집니다.
그런데 조금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조금 느린 공과 아주 느린 공을 섞어 씁니다.
그 속력의 차이에 혼란을 겪는 타자들, 홈런타자 박병호도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넥센은 6회까지 유희관에게 6개의 안타로 두 점을 내는데 그쳤습니다.
느리지만 제구가 뛰어났고, 느린 공도 속력이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공략을 못했습니다.
프로야구에서는 빠른 공이 강하다는 상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한 때 빠른 공을 던졌던 LG 임찬규는 2년 전부터 느린 공을 늘리면서 더 좋아졌습니다.
속도를 내리는 대신 정교한 컨트롤로 승부하면서 올해는 벌써 7승을 거뒀습니다.
한화 샘슨처럼 강속구 투수들 역시 빠른 공의 위력을 더하기 위해 느린공을 가다듬습니다.
느린공 뒤 빠른공, 빠른공 뒤 느린공에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잡기 어렵습니다.
프로야구에서는 느린 커브 비율이 매년 점점 늘어 올시즌에는 1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빠른 공이 통한다는 야구에서 느림의 미학이 그라운드를 흔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