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6일) 밀착카메라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의 얘기를 담았습니다. 관광객들은 한번 지나치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매일 수시로 자신의 집을 보려는 사람을 봐야합니다.
김도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듭니다.
골목에 멈춰선 버스에서는 또 수십 명이 내립니다.
한 달 평균 관광객 250만 명 이상이 찾는 도심 관광명소, 종로 북촌 한옥마을입니다.
[불가리아 관광객 : 인터넷으로 한국관광공사(Visit Korea) 앱을 통해 알게 됐어요.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볼 수 있다고 나와 있어서 와 봤어요.]
수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이곳은 북촌 한옥마을 입구 입니다.
그중에서도 한옥이 가장 잘 보존돼 있고 절경이 아름답다는 북촌 4경과 5경으로 올라가는 언덕인데요.
벽면 곳곳에 주민들이 붙여놓은 현수막이 가득 붙어있습니다.
이 뒤쪽을 보면요, 주민들이 사는 곳이니 조용히 해달라는 경고문이 각종 외국어로도 쓰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안쪽 상황은 어떤지 한 번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폭 3m 남짓한 골목은 금세 시끌벅적해집니다.
관할 구청에서는 지나친 소음을 막겠다며 인력도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들고 있고. 사람들 너무 시끄럽게 하면 들고 가서 보여주고.]
현수막을 바라보는 관광객들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한국인 관광객 : 약간 미안한 느낌도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이 있는 거 같아요.]
[그리스 관광객 : 우리에게는 관광 가치가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불편은 소음과 사생활 침해 입니다.
대문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문을 수시로 두드리고, 창문으로 집안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마을 주민 :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거 붙어 있으면) 그거는 모르는 말씀이에요. 아주 불편해요. 안 왔으면 좋겠어. 진짜 진절머리 나요. 창경궁의 원숭이도 아니고.]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골목과 맞닿은 집 안에서는 관광객들의 대화 내용이 그대로 들릴 정도입니다.
지붕이 없는 한옥의 구조 특성상 외부 소음은 담벼락을 타고 집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어쩌다 이렇게 문이라도 열게 되면요, 이런 모습과 마주치게 되는 것입니다.
한옥 집 주인의 허락을 받아 관찰카메라를 설치해봤습니다.
열린 문틈을 기웃거리는가 싶더니, 2분 여 동안 10명이 넘는 사람이 집안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고 구경합니다.
마당에 들어와 짐을 내려놓고는 창문을 열어 집안 까지 들여다 봅니다.
주민들은 거리 집회를 열고 서울시와 종로구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북촌 주민의 사생활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서울시는 구체적인 대책은 관할 구청이 주도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 기본적인 게 일단 종로에서 어쨌든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라고. 저희는 지원·협조 이런 식으로. 큰 틀에서는 지역 여건을 제일 잘 아는 게 종로여서.]
반면 관할 구청은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종로구 관광체육과 : 저희 단독으로 할 수도 없는 거고, 지원·협조도 유기적으로 같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부분인데. 저희가 다 해결을 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관할 지자체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불편한 관광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안전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인턴기자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