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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 전 '경고신호' 보냈지만…'심리부검' 결과 보니

입력 2018-05-04 09:25 수정 2018-05-04 11:47

유가족 면담 통해 원인 분석…'안정제' 역할도
'3년간 352명뿐' 낮은 참여율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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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면담 통해 원인 분석…'안정제' 역할도
'3년간 352명뿐' 낮은 참여율은 과제로

[앵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유가족들을 면담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심리 부검이라고 합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3년간 이 심리 부검을 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대부분이 미리 신호를 보내지만 유가족은 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환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공부와 친구 밖에 몰랐던 이모씨의 딸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눈에 띄게 우울해 했습니다.

[이모씨/자살 유가족 : '엄마 미안해, 아빠 미안해' 이렇게 인사를 하더라고요. 죽는 것밖에 답이 없다는 그런 얘기를 하기도 했었어요.]

스무살이 되던 해에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모씨/자살 유가족 : 그게 신호일지는 사실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자살자의 92%는 이처럼 자살 경고신호를 보냅니다.

하지만 유가족의 79%는 경고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심리부검을 통해 알아낸 내용입니다.

이를 근거로 자살위험 신호를 알아챌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의 진술 기록으로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입니다.

주요 목적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살예방정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수적인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여한 유가족의 삶이 변한 것입니다.

[이모씨/자살 유가족 : 먹는 것을 못하겠더라고요, 미안해서. 내가 살아도 될까 그런 생각까지 해봤거든요.]

이씨처럼 유가족의 80%는 우울감을 느끼고 가족의 자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합니다.

본인이 비난 받을까봐, 죽은 사람에 대한 허물로 생각돼서, 자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유가족들이 심리부검에서 털어놓은 이유였습니다.

그동안 꺼내기 어려웠던 얘기를 심리부검을 통해 털어놓으며 유가족들은 급속하게 안정을 찾았습니다.

유가족의 85%가 심리부검에 만족한다고도 답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도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37년 전 어머니를 자살로 잃었던 강명수 씨.

심리부검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강명수/자살 유가족 : 저 사람이 권유하는 것은 해볼 만하겠다는 마음이 들게 해줘야 하는데…]

심리적 충격이 큰 상황에서 경찰 등 낯선 사람들의 권유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 3년간 심리부검에 참여한 유가족은 352명에 그쳤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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