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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쏘는 정치] 방송계에도 '성폭력' 만연…사례 살펴보니

입력 2018-04-18 19:28 수정 2018-04-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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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톡쏘는 정치 강지영입니다. 앞서 최 반장 발제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영장실질심사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지난 80일 동안 그야말로 미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런 가운데 방송계에서도 성폭력이 만연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방송계 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가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2일까지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를 통해 확보한 응답자 223명의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제가 자료집을 들고나왔는데요, 정말 다양한 사례가 많습니다. 몇가지 사례 함께 보시죠.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 중 (음성대역) : 2015년 서브작가였을 당시 10살 차이가 나는 메인 피디에게 강제 성접촉 등을 당하였으나 그냥 묵인하고 조용히 본인만 그만둔 사례가 있었습니다. 몇 년 후 우연히 카카오톡 선물 메시지함을 보니 해당 피디가 미안했다며 음료 기프티콘을 딸랑 보내놓곤 제가 차단해서 읽지 않는 것을 알고서는 취소했더군요.]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 중 (음성대역) : 상사가 몰카를 찍었고 그게 적발되었고 대표한테 말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그 회사 버젓이 다니고 있고 애물단지라 여겼던 절 다른 곳으로 보내는 쓰레기 같은 이 바닥에 여자로서 계속 있을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외모평가, 성희롱은 예사고, 추행, 성폭행 미수, 심지어 성폭행까지 겪었다는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빠라고 생각해라라고 하면서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거나 메인작가 시켜줄테니 애인하자는 등의 제안도 있었다고 합니다.

방송계 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89.7%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응답자의 80% 이상이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로 '고용형태 상 신분상의 열악한 위치 때문에'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과 '소문, 평판 등에 대해 두려움 때문에'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로 성폭력을 당하고 문제제기를 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성추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김생민씨의 경우, 10년 전 김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두 명이었는데 한 명에게는 사과하고 김씨의 하차를 제기했던 A씨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방송국에서는 "출연진이 술김에 한 일로 (프로에서) 나가면 방송을 어떻게 이끌어가냐", "이런 일은 방송국에 소문이 금방 퍼진다" 이런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A씨는 결국 방송일 그만뒀습니다.

전남 CBS에서 상사들의 성희롱을 고발한 강민주 전 피디는 수습기간이 끝나자 해고 통보를 받았었는데요. 긴 투쟁 끝에 복직 판단을 받아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남녀간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강민주/전 전남CBS PD (JTBC '뉴스룸'/2018년 2월 5일) : 이건 성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강자와 약자? 갑을 관계? 제가 볼 때…]

방송계 성폭력이 만연한데 숨기는 이유는 문제제기 할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피해자에게 오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만재/방송계갑질119 활동가 (정치부회의와 통화) : 실제로 방송 제작 현장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여기에 대해서 제대로 공론화를 한다거나 아니면 가해자를 처벌한다거나 이렇게 대응을 하지 못하고 실제로 본인 스스로 일을 그만둔다거나 아니면 고용상의 불이익을 오히려 피해자가 받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앞서 나온 피해자 80%의 그냥 넘어갔다는 답변은 꽤 많을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투운동 이후 우리 사회 많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제작현장에서도 더 이상 성폭력이 존재하지 않도록 자정노력은 당연하겠고요, 오히려 피해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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