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삼성 '노조 와해' 전략 문건 내용은…3년 만에 재수사

입력 2018-04-03 09:5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삼성의 노조 파괴 의혹에 대한 수사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검찰이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수천 건의 '노조 와해' 전략 문건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과거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매우 부실하게 끝났기 때문입니다. 관련 문건을 통해 제기된 의혹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본격화 하는 검찰의 수사를 짚어보겠습니다. 법조팀 박민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지난 2013년 수사의 계기가 됐던 문건 내용부터 먼저 살펴보죠.
 

[기자]

네, 해당 문건의 존재가 드러난 지난 2013년 10월 JTBC가 심상정 의원실에서 단독 입수해 보도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이 문건은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이란 제목으로, 100쪽이 넘는 분량인데요.

노조가 생기는 것을 삼성이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이 들어가 있습니다.

'와해', '해산' 이런 것들입니다.

먼저 "노조가 없는 회사에 노조가 설립되면 조기에 와해시켜 달라"고 돼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19개 계열사에 대한 얘기고요.

삼성생명 등 노조가 있는 8개 계열사에 대해서는 "노조가 생길 경우 기존 노조를 통해 해산을 추진해 달라" 이렇게 돼 있습니다.

특히 "노조를 조기에 와해하는 데 실패하면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시켜야 한다" 이런 표현도 문건에 담겼습니다.

[앵커]

노조를 바라보는 삼성의 인식이 얼마나 문제가 있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문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노조를 만들려는 직원들을 특별 관리하고 징계를 하기도 했죠?

[기자]

네,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그런 직원들을 이른바 '문제 인력'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관리방안을 보면 "노조에 가담하면 징계할 수 있도록 사전에 비위사실을 채증하라"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근태나 지시 이행상황 등 정보를 미리 수집해놔야 한단 것입니다.

노조 설립 주동자는 해고나 정직을 시키라고도 했는데, 실제로 에버랜드노조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직원 2명이 이런 조치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소송에서 법원은 삼성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앵커]

반대의 경우 그러니까 노조 설립에 부정적인 직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했습니까?

[기자]

이른바 '문제 인력'은 처벌하고 이와 반대되는 '건전 인력'에겐 인센티브를 줬습니다.

화면을 보시면요. 문제인력 관리 모범사례로 A계열사를 들었는데요.

'100과 사전'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취향이나 사내 지인, 자산, 주량 같은 개인정보를 모아 관리한 셈인데 당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단 지적을 받았습니다.

반면 건전인력에 대한 언급을 보면요.

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회사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드는 등 역할을 나눠 놨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노조를 망가뜨릴 직원을 육성하고 이들에게 '건전 인력'이란 이름을 붙여 명단을 철저히 관리한 것입니다.

[앵커]

당시 이 문건의 내용을 근거로 고소, 고발이 이뤄졌고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검찰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어요.

[기자]

검찰이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그렇지만 삼성 입장이 중간에 바뀌었기 때문에 석연찮은 수사 결과란 지적이 나왔었는데요.

2013년 문건 공개 직후 삼성은 자신들이 문건 작성 주체란 것을 인정합니다.

"내부 검토용으로 만들었다" "고위 임원 세미나를 준비하며 바람직한 조직 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했다"

한마디로 좋은 뜻으로 만들었단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뒤 "우리 문건이 아니다" 이렇게 부인을 합니다. 

이 문건 등을 근거로 삼성노조와 민변 등이 이건희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1년여 만인 2015년 초 검찰 수사 결론을 내리는데요. '증거 불충분' 무혐의였습니다.

"문건 작성 주체와 출처가 확인되지 않아 그룹 차원의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힘들다" 라는 게 당시 검찰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삼성이 처음에는 문건의 존재를 인정했다가 입장을 다시 바꿨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군요.

그로부터 3년 만에 다시 수사가 시작되는 것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소개해 드린 문건을 포함해 모두 6000여건의 문건을 검찰이 분석하고 있는데요.

그룹 차원의 노조 대응방안이 2012년부터 최근 것까지 전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지난주부터 문건 분석을 시작해서 아직 수사는 초기 단계인데요.

그동안 검찰이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등 삼성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온 만큼,

수사 의지 그리고 결과가 다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3년 전 검찰이 확인할 수 없었다는 자료의 출처도 이번에는 명확합니다.

이 자료는 최근 삼성 사옥 압수수색 당시 인사팀 직원의 외장하드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당초 이 압수수색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 즉 삼성이 다스 소송비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이였습니다.

때문에 검찰은 부당노동행위 관련 혐의로 법원에서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검찰은 관련자 소환 조사 등 본격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검찰, 다스 소송비 대납 '최종승인은 이건희 회장' 결론 금산분리법도, '원포인트' 사면도…곳곳서 대가성 의심 MB, 취임 뒤에도 삼성에 "도와달라"…'지속적 뇌물' 요구
광고

JTBC 핫클릭